"계열사 지원까지 감시… 정부가 국민연금에 재벌개혁 가이드라인 주는 것"
기업에 대한 중점 주주활동
배당서 부당지원 등으로 확대
거대 '행동주의펀드' 만드는 셈
의결권 행사 주총 사전 공지는
'국민연금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 없으면
지배구조 개입 가능성 낮을 것"
한국경제신문은 이달 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세부 방안 중 4대 핵심 쟁점을 뽑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상 공청회’를 열었다. 전 전 이사장과 조 교수, 이찬우 국민대 교수(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1) 중점관리사안 확대
국민연금은 배당에만 국한됐던 중점관리사안을 횡령·배임, 사익편취, 계열사 부당지원, 과도한 이사 보수 한도 등 지배구조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가 있는 기업은 비공개 대화를 하되 개선되지 않으면 블랙리스트를 공개하고 의결권 행사와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조 교수는 “일본과 유럽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해놨다”며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전 이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경직된 법이 아니라 참고만 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정부가 이런저런 사안을 의무적으로 점검하도록 강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송 부원장도 “주주가치 훼손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연금은 일반 주주와 달라 정치적 입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
보건복지부는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14명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확대 재편할 계획이다. 위원 중 3명이 요구하면 의결권 및 주주권 결정을 기금운용본부에서 넘겨받을 수 있다.
전 전 이사장은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선진 연기금 중 의결권·주주권 행사를 외부 위원회에 위탁하는 경우는 없다”며 “국무위원들이 결정해야 할 일을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부원장 역시 “수탁자책임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의결권 행사를 모두 외부 운용사에 맡겨야 하며 이런 위원회는 없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 의결권 행사 주총 사전 공지
국민연금은 앞으로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결정 사항을 주주총회 이전에 공지하기로 했다. 다른 주주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다른 기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주주총회에서 찬반 의견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 부원장도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미리 의결권 결정 사항을 공지하는 건 ‘나를 따라오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 교수는 “국민연금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면 시장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며 “오히려 시장의 검증을 받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4)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위임
국민연금은 과도한 영향력에 따른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커지자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는 간접 투자분(국내 주식의 45%)에 한해 의결권까지 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위탁운용사들이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취지와 달리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 교수는 “일본 공적연기금(GPIF)은 의결권 행사를 모두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고 GPIF는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는지만 점검한다”며 “그 결과 GPIF의 수익률이 올라가고 자산운용업계도 발전하는 선순환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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