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대선 기간과 맞물려 엄청난 난항이 예상된다는 보도다. 2000년 이후 연평균 8.7%나 인상돼온 최저임금을 대선주자들이 두 자릿수 이상 올리겠다고 약속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하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만원이 될 때까지 인상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3년간 평균 15% 이상씩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하지 않겠나”라는 동정 섞인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총체적으로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가 할 말은 아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 혜택이 취약계층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해이고 무지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취약계층이 아니라 중산층을 포함한 기존 근로자가 더 득을 보게 된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 가운데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 가구에 분포된 근로자는 8%에 불과하다. 중산층인 4~7분위에 44%가 몰려 있다.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돼 있다. 최저임금을 1% 올릴 때 청년층은 0.29%, 고령층은 0.3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0.2%, 근속 3년 이하 근로자는 0.25% 줄어 충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이를 도저히 못 맞춰주는 사업자들이 직원을 불가피하게 해고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현실’을 고려해 느슨하게 단속하고 있는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법을 적용하면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

대선주자들은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형편이 최악인 중소기업 또는 영세사업자들이다. 도대체 누구의 돈으로 생색을 내겠다는 것인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다른 경제공약까지 의심스럽게 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