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임원 대폭 줄인다
KEB하나은행이 연말 인사에서 본점 조직 통폐합과 함께 본부장급 이상 임원을 20%가량 줄이거나 교체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핀테크(금융+기술)와 모바일 금융이 빠르게 확산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한·국민·우리·농협 등 다른 대형 은행의 부행장급 이상 임원 70%가량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은행권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지역본부장급 이상 임원 보직 63개 가운데 20% 정도인 10여개를 줄이거나 교체한다.

경영기획, 경영지원, 영업지원 등으로 쪼개져 있는 본점의 15개 그룹 단위 조직은 절반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영업점도 올해 90여개를 통폐합한 데 이어 내년에 40여개를 더 줄일 방침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옛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따른 군살을 빼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 본부 조직 통폐합과 함께 임원을 줄이기로 한 데는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데다 저성장·저금리 흐름에 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핀테크(금융+기술)가 송금 등 은행의 전통적인 업무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은행들은 전통적인 점포 영업 대신 인터넷·모바일 등 비(非)대면 영업채널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빠르게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지난 6월 옛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을 마무리한 뒤 중복 영업점 위주로 90여곳을 통폐합했다. 내년에도 최소 40여개 영업점을 정리할 방침이다. 15개 그룹, 17개 본부, 72개 부서로 구성된 본점 조직도 슬림화한다. 영업지원, 리테일(소매)지원 등 비슷한 업무를 나눠 가진 조직을 합쳐 15개 그룹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여신, 자산관리, 자금 등 업무 위주로 나눈 본부와 부서 조직도 철저하게 이용자 관점에서 재정비하기로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모바일 및 디지털 뱅킹과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채널, 글로벌 업무 조직은 강화한다는 게 KEB하나은행의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본점 조직 통폐합과 영업점 축소에 따라 지역본부장을 포함한 전체 임원을 지금보다 20%가량 줄이거나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원 평가 방식도 확 바꾼다. 대다수 은행의 임원 인사고과는 영업·업무 성과를 반영한 핵심성과지표(KPI)가 60~70%가량 작용하고 나머지는 최고경영자(CEO)의 정성평가를 반영한다. KEB하나은행은 올 연말 임원 인사부터 영업·업무 성과 비중을 30~4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영업 현장과의 소통, 다양한 아이디어 및 방향 제시 등 창의적 리더십 항목을 30%씩 배정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은행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조직원에게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KEB하나은행은 7월 은행권 최초로 금융상품 판매 등 개인 실적보다 고객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직원을 우선 승진시키는 발탁 인사를 해 새로운 인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