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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의 괴발개발] "수입차 타기 힘들죠?"…검증된 카닥의 '가설'

입력 2016-10-20 13:16:54 | 수정 2016-10-20 13: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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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처음 세운 가설
"수입차 외장수리 앱 필요하다"

매출 2배 넘게 오른 공업사
수입차 초보운전자 "도와줘서 고맙다"
"수입차+O2O 좋은 기회"
(왼쪽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에 있는 카닥 사무실에서 만난 정용민 카닥 최고제품책임자(CPO), 한현철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주협 개발팀장. 이들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시장에선  수급 균형과 빠른 개발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기사 이미지 보기

(왼쪽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에 있는 카닥 사무실에서 만난 정용민 카닥 최고제품책임자(CPO), 한현철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주협 개발팀장. 이들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시장에선 수급 균형과 빠른 개발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대전의 한 술집. 얼굴이 시뻘건 중년의 남자가 친구들 눈치를 살피며 힐끔힐끔 테이블 밑을 내려다본다.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두드리던 그는 아무일 없다는 듯 슬쩍 대화에 낀다. "그래 요즘 장사는 잘되고?"

남자는 대전에서 유명한 자동차 공업사 주인이라고 했다. 그가 테이블 밑에 숨긴 건 단순히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술김에라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영업 비결이었다.

"'카닥'을 쓰고 있다는 걸 업계 친구분들한테도 한동안 비밀로 하셨나봐요. 그래서 술자리에서도 들키지 않게 몰래 수리 견적을 쓰곤 하셨대요."

술자리에서 차 수리 견적을 내는 게 가능하긴 할까. "전문가들은 척보면 척"이라는 게 한현철 카닥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얘기다. 실제로 자동차 외장수리 앱(응용프로그램) 카닥의 이용자들은 견적 요청서를 작성하고 평균 7분 안에 공업사로부터 첫 번째 견적을 받는다.

한현철 CSO는 이준노 카닥 대표와 2012년 다음 사내벤처 시절부터 카닥을 함께 만들어온 멤버다. 다음 지도 서비스 개발팀에서 있었던 그는 이 대표와 만나고 처음 해본 일이 많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주요 타깃은 수입차였어요. 제일 먼저 회사 내에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타고 싶은 사람들을 수소문했어요. 한 명씩 인터뷰하면서 수입차 타는 사람들의 고충이나 타기가 망설여지는 이유 등을 들었죠. 자동차 공업사 사장님들도 많이 뵈었는데, 이 대표님이 유명 수입차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만남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카닥의 사업 아이디어도 이 대표가 운영중이던 카페에서 나왔다. 당시 카페엔 사고난 차량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견적을 물어보는 회원들이 많았다. 수입차 공식 수리점에선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카페에서 믿을 만한 공업사와 수리비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카페에 가입한 공업사 직원들은 경쟁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수입차 수리 업계는 비효율적인 마케팅이 많아요. 자동차 공업사 대부분이 포털 검색광고를 하거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 유치 경쟁이 정말 치열하죠. 카닥은 업체들에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죠."(정용민 최고제품책임자·CPO)
카닥 서비스 기획부터 회사의 투자, 인수 과정을 지켜본 한현철 CSO는 기사 이미지 보기

카닥 서비스 기획부터 회사의 투자, 인수 과정을 지켜본 한현철 CSO는 "체감상 회사가 100배 넘게 성장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는 공급자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공급자가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어야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비스 초반 의도적으로 공업사 수를 많이 늘리지 않은 것도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였다.

"공업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영업했어요. 서비스 질을 위해 공업사를 검증할 필요도 있었지만 온라인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드리는 차원도 있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선 실력이 검증됐는데 온라인에선 사업을 잘 못하는 공업사들이 많아요. 온라인 생태계를 잘 모르는 건데,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이용자 후기나 실시간 상담 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시는 거죠."(한 CSO)

공급자들이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리려면 공급과 수요의 균형도 맞아야 한다. 이들이 카닥 출시 초반에 공급 만큼 수요도 제한했던 이유다.

"처음엔 일부러 앱 첫 화면에 차 브랜드를 선별해 노출했어요. 공급사 7개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수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으면 안되잖아요.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업사를 늘려가자는 게 저희 계획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국에 350여개 공업사가 들어와있어요." (이주협 개발팀장)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가 3년동안 10개 정도 있었죠. 대부분 공업사가 입점 신청만 하면 다 받아주는 식이었어요. 패인은 수급 균형을 맞추지 못했던 거라고 봅니다. 전국에 3만5000개가 넘는 공업사가 있어요. 수입차 운전자들이 주변에 공업사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앱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정 CPO)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가설에 대한 검증'이라고 표현했다.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중요한 건 '검증'은 개발 단계가 아닌 출시 이후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변화가 빠른 모바일 환경에선 때 맞춰 빨리 서비스를 내놓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다음 지도팀 때부터 느낀 건데 개발자들은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언제라도 쓸 것'이란 착각을 많이 해요. 관건은 그 서비스를 언제 내놓는 거냐에요. 특히 모바일 환경에선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장 빨리 출시하는 게 중요해요. 타이밍이죠. 예전처럼 오랜 시간 공들여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한 CSO)

1달. 카닥이 어떤 서비스를 추가할 때 정해놓은 준비 기간이다. 가설을 세우고 기획, 디자인, 개발팀을 순서대로 거쳐 몇 달뒤 서비스를 내놓으면 이미 늦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시장에서 카닥처럼 조직 구성이 유연한 스타트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도 했다.
정용민 CPO와 이주협 팀장은 기사 이미지 보기

정용민 CPO와 이주협 팀장은 "카닥은 유연한 조직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기획·개발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닥이 4년전 자동차 외장수리 시장에서 처음 세운 가설은 틀리지 않았다. 누적 다운로드 수 68만건, 누적 견적요청 수 19만건 등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엔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케이벤처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금도 카닥은 쉬지 않고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앱에 올라오는 견적은 물론 이용자와 공업사간 상담내역도 모두 모니터링한다. 카닥 측에서 직접 이용자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며 초심을 잊지 않고 꾸준히 공업사들과 만난다.

"한 달에 20대를 수리해야 겨우 손해는 안 본다던 공업사 사장님이 계셨어요. 종일 일하고 퇴근 후엔 새벽까지 블로그를 붙들고 있는데도 매출이 안 올라 고민이 많으셨죠. 그 공업사가 카닥 입점 후엔 한 달 수리 건이 50대가 넘었어요. 뿌듯하죠. 카닥을 통해 더많은 스타샵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이 팀장)

"요즘 카닥 리뷰를 보면서 '진짜 필요한 걸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카닥 이용자 리뷰는 수리를 받은 사람들만 쓸 수 있는데 한두 문장이 아니라 몇 페이지로 남기는 분들이 많아요. 돈을 주고 수리했지만 '도움을 받았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정 CPO)

"성장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은 O2O 업계에서도 몇 안 되는 큰 시장입니다. 운좋게 일찍 가능성을 봤고, 때 마침 개인용컴퓨터(PC)에서 모바일로 환경이 바뀌면서 모든 게 잘 맞물린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얻었고 출발도 잘 했으니 더 크게 키워가야죠. '사업하기 참 좋은 날씨'네요.(웃음)"(한 CSO)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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