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슬럼프' 벗어난 장하나, 시즌 3승…K골프 3연승 일궜다
장하나(24·비씨카드·사진)가 펑산산(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다.

장하나는 9일(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골프CC(파72·6425야드)에서 열린 푸본타이완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장하나는 2위에 오른 펑산산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이날 장하나는 펑산산의 매서운 추격을 받았다. 장하나는 2번홀(파5), 5번홀(파4), 6번홀(파5)에서 버디 3개를 잡은 뒤 7번홀(파3)과 9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펑산산은 적극적으로 타수를 줄여갔다. 2, 4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5번홀(파4)에서 보기로 살짝 주춤했지만, 이것이 마지막 보기였다. 펑산산은 후반부에서 10, 11번홀과 15번홀(파4),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장하나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날 펑산산은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쳤지만 장하나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엔 1타가 부족했다. 장하나는 후반부에서 철저하게 타수를 지킨 결과 1타 차로 선두를 지켜 마침내 우승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를 치며 타수를 벌린 게 주효했다.

장하나는 지난 2월 코츠챔피언십, 3월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지 7개월 만에 개인 시즌 3승을 이뤘다. 개인 통산 3승째이기도 하다. 김효주(21·롯데)와 브룩 핸더슨(캐나다)이 10언더파 298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박희영(29·하나금융)은 캔디쿵(대만), 리안페이스(남아공)와 함께 9언더파 299타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코리안 시스터즈는 3연속 LPGA 무대를 점령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 레인우드 클래식 정상에 선 김인경(28·한화)에 이어 장하나가 태극낭자 우승 릴레이를 이었다.

장하나는 이날 우승 직후 흥겨운 춤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이전에 우승했던 대회에서도 멋진 세리머니를 선보인 장하나다. 이번에는 눈물도 함께 흘려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장하나는 지난 3월 HSBC위민스챔피언스 개막을 앞두고 싱가포르 공항에서 뜻밖의 사고를 겪었다. 싱가포르로 입국하던 중 장하나의 아버지가 떨어뜨린 여행용 가방이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부딪힌 것. 전인지는 이 사고 뒤 허리 통증을 느껴 한 달간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또 이 사고가 국내 팬들에게 알려지면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장하나는 극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빈혈 증세에 시달렸다.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등 한 달 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투어 복귀 후에도 성적이 저조했다. ‘톱10’에 든 대회가 브리티시여자오픈과 마라톤클래식 두 번뿐이었다. 세계랭킹도 내려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도 놓쳐 버렸다. 한 골프 전문가는 “장하나가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마음고생에서 벗어난 듯하다”며 “그의 실력 회복으로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반겼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