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3300명 항공우주 전문가 관리 비법 ?…직원들 자율성 키워줘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존슨스페이스센터는 미국 내 14곳에 있는 항공우주국(NASA)의 각종 센터 및 연구소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우주비행사를 양성하는 ‘학교’이자 우주선 관제가 이뤄지는 핵심 시설이다. 우주 탐험을 다루는 영화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지상과 교신하며 ‘휴스턴’이라고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내털리 사이즈 NASA 고문(사진)은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곳에서 인재관리(HR)팀장을 지냈다. 100여명의 팀원을 이끌고 우주비행사부터 우주과학자, 우주선 정비사까지 3300명 규모인 센터 직원의 인사를 담당했다. 사이즈 고문이 HR팀장에 취임하던 때는 조직 전체가 큰 변화를 맞은 시점이었다. 2003년 1월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 폭발사고로 NASA는 우주선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2004년부터 기존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전면 폐기하고 유사시 우주비행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오리온 우주선’ 개발에 나섰다.

사이즈 고문의 HR팀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필요한 250여명을 새로 뽑고 200여명의 보직은 새로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이즈 고문은 단기간에 이 같은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로 ‘경청’을 들었다. 그는 “HR팀 직원들이 직업 조정 대상자들과 일일이 만나 면담하도록 했다”며 “면담 과정에서 그 사람이 과거에 해온 일과 주요 업적,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세심하게 듣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NASA처럼 다양하고 이질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일수록 “직원들이 자신의 미래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사이즈 고문의 지론이다. “회사의 필요에 따라 장기의 말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되면 일에 대한 적극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작은 실수도 우주선 발사의 실패로 연결돼 막대한 금액 및 인명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NASA는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하지만 사이즈 고문은 업무시간과 환경 등에서 직원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줬다고 했다. 그는 “20년 넘게 NASA에 근무하면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줄수록 일을 잘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조직이 자신을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아 더 적극적으로 근무하는 이치”라고 했다.

사이즈 고문은 HR팀장 시절의 자신을 ‘관계 정립자(relationship-builder)’로 정의했다. 그는 “조직이 직원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은 서로 신뢰를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신뢰가 없으면 조직 자체가 약해지고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한 목표를 설정해 모든 직원이 매진하도록 하는 방식은 전문가 집단엔 맞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각자의 목표를 찾아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HR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