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모듈의 힘! 영업이익률 두 배로
LG전자에서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9.7%, 2분기 9.2%였다. 5~6%에 머물던 이전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하다. 반면 매출 증가폭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H&A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조4850억원)보다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3년여간 펼친 공정혁신이 올 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통상 3~4%에 그친 냉장고 영업이익률이 올 들어 8%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LG전자 공정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모듈화다. 모듈화는 각 부품을 큰 덩어리별로 나눠 각각 조립해 제작한 모듈을 구성한 뒤 최종으로 이를 조합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제품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고 일률적인 순서에 맞춰 조립하는 방식과 차별화된다.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해 조선, 전자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변기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연구원은 “컨베이어벨트식 생산 시스템에선 제품과 인력을 고정된 생산라인에 묶어놔야 한다”며 “모듈식 공정은 필요에 따라 인력과 자원을 유동적으로 투입할 수 있어 생산효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모듈화가 되면 특정 모듈을 여러 모델에 사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한 모델이 A와 B, C라는 모듈로 이뤄졌다면 다른 모델은 A와 B에 D를 조합해 제작하는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 생산라인에서는 생산 초기부터 모듈화 비중을 높여 생산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TV시장조사업체 올레드넷이 LG전자와 A사의 TV를 분해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모듈화의 위력을 알 수 있다. 2013년 시장에 나온 두 회사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분해한 결과 LG전자에 들어간 회로 부품은 982개, A사는 3382개로 세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조립에 사용된 나사도 121개로 A사(226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OLED TV를 시범제작 정도로 생산해 내놓은 A사보다 LG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모듈화에 나선 결과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