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사를 둘로 쪼갠 미국 휴렛팩커드(HP)가 HP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보분석업체 오토노미를 고가에 인수한 뒤 뒷감당하기가 어려워 관련부문을 아예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HP엔터프라이즈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부문을 제외한 소프트웨어사업을 80억~100억달러(약 9조~11조원)에 팔 예정이다. 사모펀드 토마브라보와 비스타에쿼티 등이 70억~75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작년 10월 회사를 PC와 프린터 등을 파는 HP Inc와 기업용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HP엔터프라이즈로 분사했다.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은 데다 2011년 영국 오토노미를 110억달러(약 12조원) 주고 사들였다가 ‘대실패’로 결론짓고 88억달러어치를 상각 처리했다. 지난해 분사는 매각을 위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가 분사와 매각을 모두 진두지휘하고 있다.

HP는 그동안 소프트웨어부문에 오토노미 인수(110억달러), 머큐리인터랙티브 인수(45억달러) 등 200억달러가량을 투자했다. HP가 바라는 대로 100억달러에 판다고 해도 투자원금의 절반 밖에 못 건지는 셈이다. HP엔터프라이즈는 지난 5월에도 85억달러를 받고 서비스부문을 컴퓨터사이언스(CSC)에 팔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