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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밀레니엄포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경제민주화 법안 수용하기 힘든 부분, 정부 목소리 낼 것"

입력 2016-08-28 19:06:54 | 수정 2016-08-29 02:50:39 | 지면정보 2016-08-29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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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예측 쉽게 '부당 내부거래 예외조항' 구체화할 것

대기업이 신제품 홍보 계열사에 맡기는 건
영업비밀 위해 불가피…부당 내부거래로 볼 수 없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26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 위원장,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26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 위원장,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야당과 정부·여당 간 ‘경제민주화 입법 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주무 부처 장관의 ‘소신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확대적용’ 등 34개 경제민주화 과제를 선정,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나 부당내부거래를 판단하는 기준도 구체화해 기업에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신제품 성능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계열 광고회사에 홍보를 맡기는 것을 부당내부거래로 보기 힘들다”며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의 기조강연 후 이뤄진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 사업재편이 화두다. 사업재편의 전제는 기업결합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게 ‘경쟁제한성’과 ‘효율성 증대 효과’ 두 가지다. ‘기업활력제고법’에 의해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기업들의 기업결합에 대해선 효율성이 입증됐다고 보고 심사를 안 하는 건 어떤가.

▷정 위원장=기활법에 따라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선 심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사전검토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것만으로 M&A의 효율성 증대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전 교수=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때 ‘시장점유율 50% 이상’ 여부 등 ‘경쟁제한성’만 중시하는 것 같다.

▷정 위원장=시장점유율만 보는 게 아니다. M&A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를 상쇄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검토를 한다. 경쟁제한성이 효율성 증대 효과보다 크다고 판단할 때 사업부 매각이나 요금 인상 금지 등 시정조치를 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는 경쟁제한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에 불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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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4차 산업혁명 시대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시도 같은 이종사업자 간 기업결합이 활발하게 발생할 수 있다. 신산업에서의 기업결합 특징 중 하나는 승자독식체계 강화다. 시장점유율 등 경쟁제한성에 초점을 두고 심사하는 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

▷정 위원장=규제나 제도가 산업을 앞서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래산업을 예측해서 법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시장의 폐해를 규제하다 보니 규제는 시장을 뒤따라가는 사후 규제 측면이 불가피하다. 공정거래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 교수=야당이 경제민주화 법안을 계속 제출하고 있다. 야당이 제시하는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어떻게 대처할 예정인지.

▷정 위원장=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목소리를 낼 것이다. 입법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어떤 부분은 수용하고, 어떤 부분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기준이 있는가.

▷정 위원장=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원칙만 언급하자면, 시장 시스템에서 수용 가능한 법안은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대응하겠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다.

▷전 교수=공정위의 주 업무는 경쟁 촉진인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정 위원장=시장경쟁 촉진에 주력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국민적 관심이 크다. 공정거래법의 한 챕터도 대기업집단 정책이다. 안 할 수가 없다. 총수 사익편취는 시장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어 막아야 한다.

▷전 교수=기업들의 내부거래가 줄어들고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경기가 안 살아나는 중요한 요인이다. 다른 나라에 내부거래나 순환출자를 통제하고 규제하는 법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위법성을 구체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좀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 위원장=전적으로 공감한다.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위해 기준을 잘 만들어야 한다. 내부거래를 했다고 무조건 법 위반이 아니다. 예컨대 신제품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광고를 계열사에 맡기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부당 내부거래 적용 예외와 관련해선 효율성 긴급성 보완성 부분을 법에 넣었다. 하반기엔 좀 더 세부적인 기준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

▷백만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리사=경쟁제한을 촉진하는 특허제도와 경쟁제한을 방지하는 공정거래제도는 동전의 앞뒤와 같다. 한국 실정에서 특허권 남용에 대한 제한이 과도하지 않냐는 견해가 있다. 아직은 혁신을 해야 할 시기다. 특허 남용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 위원장=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으로 특허계약을 체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특허권이 종료됐는데도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특허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국적 불문 분야도 다양하다. 공정위는 특허권의 고유한 부분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특허권을 바탕으로 한 시장지배력 남용을 규제한다.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공정거래 수준이 선진국 여부를 결정한다. 전제조건이 있다. 공정거래는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공정위가 노력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 것이다. 사건 처리 과정도 중요하다. 패소율을 줄이고 기업들이 부당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을 줄이기 위해 ‘사건처리 3.0’이란 개혁방안도 냈다. 지난 2월부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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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 서울대 명예주임교수=한국은 외국인 직접투자의 이점을 보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라도 한국에선 한국 법규를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최근 외국계 기업들이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집행 관련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돈이 모자라서 많은 과징금을 매기는 것이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는 외국계 기업인도 있다.

▷정 위원장=공정위는 투명한 절차를 통해 법 집행을 한다. 투명하지 않으면 다른 글로벌 경쟁당국에서 비난을 받는다. 공정거래법도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경쟁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위가 최근 활발하게 경쟁법을 집행하다 보니 외국계 기업의 우려가 커지는 것 같다. 한국의 법 제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국내 기업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경쟁당국에 대해 ‘굉장히 불투명하다’고 하소연한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인데 좀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쪽으로 노력하겠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총수 일가가 사익편취를 한 대기업집단의 불공정거래가 과연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까. 주주권익 침해 정도는 또 얼마나 될까. 3000여개의 대기업보다 350만개의 중소기업이 법을 위반했을 때 피해가 더 큰 게 아닌가. 공정위는 왜 대기업집단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인가.

▷정 위원장=대기업집단 쪽에 국민의 관심이 크다. 포커스가 맞춰진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독점규제, 경쟁제한 해소에도 방점을 찍고 일하고 있다. 공정위의 사건 중에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것은 10%도 안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올해도 그렇고 작년에도 그랬고 공정위의 핵심 추진 과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소비자 권익 보호’ 이렇게 두 부분이다.

▷강 원장=공정위가 맥주산업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들을 찾아내서 개선하겠다는 취지인가.

▷정 위원장=맞다. 마트에 가보면 외국 맥주가 잘 팔린다. 애주가들은 가격도 싸지만 맛이 국산 맥주보다 낫다고 한다. 뭐가 문제인지 보니까 독과점 구조, 불합리한 규제가 있었다. 경쟁력 제고가 안 된다. 공정위가 맥주산업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규제 개선 건의를 할 것이다.

▷정 주필=공정거래위원회의 명칭을 경쟁위원회로 바꾸는 게 어떤가. 비슷한 일을 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쟁당국 이름도 경쟁위원회 또는 반독점위원회 등이 아닌가.

▷정 위원장=명칭 때문에 고민이 많다. 과거 개인 간 불공정한 일이 발생하면 무조건 공정위에 신고했다. 심지어 남녀관계의 억울한 일이나 사기당한 것도 신고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공정거래법 소관 사건이 아닌 신고가 많다. 명칭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 위원회 명칭을 바꾼다는 건 굉장히 큰 문제다. 가볍게 다룰 문제는 아니다.

▷전 교수=공정위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국제 카르텔(담합)을 조사해 제재하고 있다. 퀄컴 구글에 맞설 수 있는 전문인력이 공정위에 있는지 걱정이다. 전문인력 확보 방안은 무엇인가.

▷정 위원장=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변리사 변호사 회계사 등을 계속 충원하고 있다. 일반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순환보직이 아니라 평생 2개 분야에서 근무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1년에 100시간 이상 교육을 한다. 국제 카르텔 분야에서도 미국 EU 경쟁당국 등과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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