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석 에이지 대표(가운데)가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1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이 대표,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이광석 에이지 대표(가운데)가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1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이 대표,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2012년 인공속눈썹 제조업체 에이지 본사에 일본 바이어들이 찾아왔다. 수년 전부터 이 회사 제품이 일본 및 미국산 등을 압도하자 생산설비를 시찰하고 거래를 트려는 목적이었다. ‘품질관리 비결이 무엇이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이광석 에이지 대표는 그들을 허름한 창고로 인솔했다. 그는 “처음 공개하는 신제품”이라며 제품을 꺼내놨다. 바이어들은 핀셋으로 인공눈썹 한 올 한 올을 세어가며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대표는 한국어 팻말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바이어를 데리고 간 곳은 ‘불량품 창고’였고 해당 물건은 모두 폐기처분 대상이었다.

○불량률 0%대로 낮춰

에이지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30%인 업계 선두 기업이다. 불량률을 0%대로 낮춰 품질에서 따라올 곳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매출은 112억원으로 95%가 수출이다.

품질관리는 이 대표가 창업을 결심할 때부터 최대 과제였다. 2003년 무역회사에 다니던 그는 일본 수입상과 국내 업체의 인공속눈썹 수출입 무역 건을 맡게 됐다. 일을 추진하다가 특이한 점을 알았다. 바이어들이 불량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물건을 사갔던 것. 10개 가운데 2~3개는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이었다. 당시까지 전 세계 모든 제품의 불량률이 높았다.

그나마 국산 제품 품질이 제일 좋았다. 그는 ‘불량품만 줄이면 확실히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해 곧바로 회사를 세웠다.

이 대표는 2008년까지 가내수공업으로 물건을 만들었다. 대신 규격화 및 대량생산 시스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R&D)을 병행했다. 2009년 업계 최초로 자동화 시설을 갖춘 생산 공장을 베트남에 지었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3년 동안 총 생산량의 20%를 폐기 처분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제품은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는 이 대표의 원칙 때문이었다. 불량률은 점차 떨어졌고 매출은 뛰었다. 공장 설립 다음해인 2010년 매출은 50억원. 이전 2년 평균 매출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종합 아이코스메틱기업’ 목표

‘블링크 래시 스타일’은 이 회사의 브랜드다.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에서는 인공속눈썹 하면 블링크를 떠올린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현지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도 시장점유율은 30%를 웃돈다.

이 대표는 ‘종합 아이코스메틱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눈화장과 관련한 모든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다. 색조와 기능성 화장품, 팩 등 속눈썹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이유다. 올해는 유럽 시장 개척을 위해 이탈리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눈화장 관련 전문기업은 우리 회사가 처음”이라며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