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군살을 빼겠다던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전체 공공기관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낙하산용 공공기관' 4년 새 37개 신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공공기관 수는 323개로 4년 전(286개)보다 37개(12.9%) 증가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던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기재부는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305개이던 공공기관을 2010년 286개로 줄인 뒤 2012년까지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목표 아래 꾸준히 통폐합과 기능 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3년 295개 △2014년 304개 △2015년 316개 △2016년 323개 등으로 공공기관은 매년 증가세를 지속했다.

공공기관이 다시 늘어난 것은 의원 입법 탓이 크다. 정부 부처가 공공기관을 새로 설립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통과시킨 각종 지원법과 육성법으로 공공기관 설립의 법적 근거가 생기면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2011년 공공기관으로 새로 지정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안’에 법적 근거가 있다. 같은 해 공공기관이 된 수산지원사업단도 마찬가지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수산지원관리법’에 따라 공공기관 자격을 얻었다. 올해 새로 공공기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방전직교육원은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방전직교육원법’에 따라 생겼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생긴 기관이다. 이미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네 곳의 과학기술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는데 여기에 정부출연 방식의 과학기술원을 또 설립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울산 지역 국회의원들의 전방위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부처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피해 청부 입법으로 공공기관을 손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위탁 업무를 맡다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민간 단체도 적지 않다. 해당 부처가 위탁 사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선정 기준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액이 총 수입액의 50% 이상이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새로 지정된 공공기관들이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관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직원 58명 중 10명(17.2%)이 환경부 공무원 출신이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정부 부처들이 정책 목표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에 몰두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