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만 해도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사람이 1주일에 20~30명은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달에 10명이 될까 말까 합니다. 기존 가맹점주들도 장사가 안 돼 폐점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요.”

2000원대 아메리카노 커피를 판매하는 한 중소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는 “창업 이래 최악의 업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로는 대기업 브랜드가 짓누르고, 아래로는 가격 파괴 커피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커피 가격을 1000원대로 낮추거나 프랜차이즈사업을 접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쓴맛' 보기 시작한 커피…매장 접고 경영권 매각
이 같은 고민은 중소 프랜차이즈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페베네, 카페 드롭탑, 망고식스, 주커피 등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곳들도 실적 부진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포화 논란’이 일던 커피전문점 시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때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였던 카페베네는 최근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지난달 30일 카페베네는 최대주주가 김선권 회장에서 사모펀드 케이쓰리에쿼티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케이쓰리제5호(K3제5호)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카페베네의 경영권이 넘어간 것은 극심한 실적 부진 때문이다. 2012년 2207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1463억원까지 떨어졌다. 올 1~3분기에는 33억원의 영업손실도 기록했다.

카페 드롭탑은 지난해 말 대규모 감원을 했다. 희망퇴직 등을 통해 직원의 20%를 내보냈다. 드롭탑 측은 “기존 인원이 매장 규모에 비해 많았다”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감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커피 시장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드롭탑 관계자는 “내년에는 국내보다는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망고식스와 주커피는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직영점을 폐점하고 있다. 망고식스의 직영점 수는 2013년 15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8개로, 주커피는 같은 기간 7개에서 1개로 줄었다.

커핀그루나루는 2013년부터 2년간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부진에 빠져 있다. 미국계 커피전문점 자바씨티코리아와 에티오피아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아비시니아코리아는 매물로 나와 있다.

반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업체들과 1000원대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장 수를 850개까지 늘렸다. 투썸플레이스는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라는 점을 내세워 7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폴바셋은 ‘고품질’ 커피라는 점이 알려지며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대기업 브랜드들은 일시적인 실적 부진을 이겨낼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있다”며 “꾸준한 투자가 빛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00원 커피 열풍을 일으킨 빽다방은 지난해 커피전문점 창업 시장의 최대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 한 해 동안 매장 수를 280여개나 늘렸다. ‘고다방’, ‘커피에반하다’, ‘더바빈스’ 등 비슷한 가격대의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줄을 잇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