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초의 외국인 CEO 되고 싶어요"
삼성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게 꿈인 베트남인이 있다. 이런 꿈을 얘기할 때마다 주변 사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외국인이 삼성 CEO가 된 사례가 드문 데다 베트남 출신 CEO는 더욱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에 있는 삼성전기 베트남법인에서 만난 부이꾸억부 책임(33·사진)은 이런 사연을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는 삼성전기 베트남법인의 최연소 외국인 매니저다. 그는 “사례가 없다면 만들면 될 일”이라며 “삼성 최초의 외국인 CEO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이꾸억부 책임은 “평소 배우면서 발전하는 게 재미있고 관심이 많았다”며 “베트남인이라서 안 된다는 편견이나 벽을 깨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호찌민대 메카트로닉스엔지니어링학과를 졸업한 뒤 2006년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성균관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박사과정을 밟으며 총 8년간 유학생활을 했다”며 “유학생활이 힘들긴 했지만 성장하려면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베트남에 돌아오자마자 삼성전기에 입사 원서를 냈다. 월급을 더 많이 줄 테니 오기만 하라는 다른 외국계 기업도 마다했다. 부이꾸억부 책임은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삼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새롭게 생산기지를 꾸리고 도전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 지금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 3700여명은 대부분 생산직으로 조립, 정리 등을 한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한국어 능력까지 뛰어나 최연소 매니저 자리에 올랐다. 공장의 클린룸 운영 과정을 점검하며 직원들의 활동 전반을 관리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이 하던 업무다.

한국 본사 직원 사이에서 그는 유명인사다. 김우성 삼성전기 베트남법인 안전환경담당 상무는 “업무를 믿고 맡길 현지인이 생겨 베트남법인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이꾸억부 책임은 “회사 발전을 이끄는 인재가 되기 위해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타이응우옌성=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