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 사는 김철진 씨(43)는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감자칩을 사달라는 부탁이었다. “지갑을 두고 나왔는데…”라고 답하려다 삼성페이를 떠올렸다. 동네 슈퍼마켓에 들어섰다. ‘이렇게 작은 슈퍼 주인도 삼성페이를 알까?’ 걱정됐다. 감자칩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삼성페이 아세요?” “그럼요. 최근 시작했잖아요. 스마트폰을 여기에 갖다 대시면 돼요.” 갤럭시S6엣지 이용자인 김씨가 들려준 이야기다. 김씨는 “대형 상점뿐만 아니라 소규모 상점에서도 쓸 수 있는 범용성이 삼성페이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열흘간 20만장 등록…삼성페이 '인기몰이'
○소규모 상점서도 이용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초기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삼성페이에 등록한 신용·체크카드는 20만장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서비스를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하루 약 2만장씩 등록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카드사들은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범용성을 초기 흥행 요인으로 보고 있다. 삼성페이는 기존 상점이 대부분 보유한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결제되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과 근접무선통신(NFC) 기술을 모두 적용했다.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 등 경쟁사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는 대부분 NFC 방식만 채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약 230만개 중 NFC 결제 단말기를 구축한 곳은 5만여개에 불과하다.

20일 삼성페이 서비스 개시와 함께 판매하기 시작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플러스도 이용자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신제품을 판매하는 통신사 대리점 등에선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 삼성페이 등록을 돕는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도 자사 카드를 삼성페이에 등록해 결제하면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에 나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에 민감한 카드사들이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새로운 플랫폼을 초기 선점하지 않으면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美 시범서비스…애플과 정면승부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교체주기를 맞은 이용자들이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는 신제품을 비롯해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4종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제휴 카드사를 확대하는 한편 대중교통카드, 온라인 쇼핑몰 결제, 멤버십 포인트 적립 기능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업간거래(B2B)개발팀장(부사장)은 “앞으로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이용대금 결제부터 대중교통 이용, 포인트 적립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미국에서도 삼성페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US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통신사 가입자가 대상이다. 삼성페이 서비스 개발을 주도해온 이 부사장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다음달 28일 시작하는 정식서비스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삼성페이와 애플페이가 정면대결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애플은 작년 10월 미국에서 NFC 방식의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NFC와 MST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범용성을 내세워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