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시 탕구항에서 지난 12일 밤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폭발 사고가 난 톈진항 야적장에는 현대·기아자동차 4000여대와 르노자동차 1500여대가 주차돼 있었다. 이 차들은 폭발 사고로 대부분 불에 타거나 크게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주로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에서 차를 생산해 중국에서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베이징현대에서 만들지 않는 고급 차종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사고 당시 야적장에는 한국에서 들여온 제네시스, 에쿠스, 카니발 등 대당 평균 4000만원 이상의 고급 차량이 주로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된 차들이 모두 피해를 봤다고 가정하면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최대 1600여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보험에 가입돼 있어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액을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분간 대체 항구를 이용하면 수출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현지 사고수습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톈진항에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장금상선 등 14개 한국 선사가 운항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의 작업 공간과 폭발지점은 6~7㎞ 이상 떨어져 있어 별다른 피해는 없다”며 “다만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톈진항 입·출항에 차질이 생겨 선박 운항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톈진항은 화재는 진화됐지만 불길이 남아 있고, 주변 교통상황이 혼잡해 컨테이너선의 항만 진입이 어렵다. 해양수산부는 톈진항 복구 상황을 지켜본 뒤 선사들과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큰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사고 영향과 수출 등에 미칠 여파에 대해 비상점검을 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