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중소기업의 세계일류 기술 잠재력을 깨워야
미국의 GE 듀폰 P&G, 독일의 폭스바겐, 프랑스의 미쉐린 등 ‘100년 기업’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펑크가 나지 않고 공기도 필요 없는 미쉐린의 트윌타이어, 차량기능을 조작하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폭스바겐의 ‘카넷(car-net)서비스’ 등은 창의적 혁신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이유로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피터팬 증후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기술잠재력을 지닌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일류의 R&D를 수행할 수 있도록 2003년부터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중견기업을 선별해 우수기술연구센터로 지정하고,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해 세계일류상품 및 기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부설연구소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우수한 기업들이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차세대 아이템으로 자유롭게 응모하고 그중에서 혁신적이고 세계 시장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 기대되는 기업에 연 5억원 내외, 최장 5년간 정부 출연금을 지원한다.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융합시스템 기술부터 뿌리 산업인 초정밀금형 등 부품소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술개발 잠재력이 큰 390여개의 중소·중견기업을 2003년부터 올해까지 선정했다. 이들 중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일류 기술을 보유한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했다. 우수한 상위 100여개 기업은 ATC 사업 참여 전 약 10조원이던 총 매출이 ATC 사업 지원 이후 18조원으로 급증하는 등 눈부시게 성장했다.

ATC 자금 지원을 받아 개발된 상품 중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된 제품만 38개다. 세계일류상품은 연간 5000만달러 규모 이상인 시장에서 점유율 5위 이내인 제품을 일컫는다. 세계일류상품으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 매출이 1조600억원이며, 그중 77%가 수출로 인한 매출로 정부 R&D 지원 사업 중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 기술협력을 촉진하고, 중소기업 R&D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2014년 ‘글로벌 융합 ATC’를 신설해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기술력이 뛰어난 외국인 투자기업 및 외국 대학의 컨소시엄에 올해까지 총 8개 과제, 약 70억원을 지원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고속철도 레일 생산기술이 철강기술의 최상위에 도달한 척도라고 한다면 잉크 분야에서는 지폐용 잉크가, 제어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이온가속기용 제어기가 그 분야에서 등극한 기술이다. 중소·중견기업은 한국의 산업을 지탱하는 허리와도 같다. 기업들이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에서 제조된(Made in Korea)’에서 ‘한국에서 창조된(Created in Korea)’으로 나아가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성시헌 < 한국산업기술 평가관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