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OMPASS뉴스=이시헌 기자] 우공이산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우공(어리석은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꾸준히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주공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을 9년여 동안 묵묵히 날아 마침내 첫 번째 임무를 마친 '뉴호라이즌스호'가 바로 21세기 우주판 '우공이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4일 오후 8시49분 '뉴호라이즌스호'는 발사 9년6개월만에 태양계 9번째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를 박탈당한 비운의 별, 명왕성 상공 1만2000여 km를 지나쳤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인류 역사상 명왕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최초의 비행체가 됐다.



'뉴호라이즌스호'가 성공적으로 명왕성 최근접점을 통과하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 연구실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사상 최초로 명왕성 탐사선이 제 몫을 다했음을 축하했다.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명왕성의 위성 4개를 더 발견하는 등 명왕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우주 탐사선이 근접 비행하면서 관측한 각종 정보들은 지구 궤도에서 얻어진 것과는 훨씬 상세하고 정확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을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한다. 태양계 생성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카이퍼 벨트(Kuiper Belt)'를 향한 항해다.



'카이퍼 벨트'란 명왕성 너머에서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크게 공전하고 있는 천체 집합체를 말한다. 지구에서 5억5000만㎞ 떨어진 곳이다. 약 2억㎞대 거대한 도넛 형태의 띠를 이루고 있다.



'카이퍼 벨트'는 1951년 미국 천문학자 제러드 카이퍼가 명왕성 너머에 혜성 집합 장소가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을 내놓으면서 알려졌다. 지구와의 거리가 워낙 멀어 1992년이 되어서야 지름 수백㎞ 크기의 작은 천체들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비운의 별 '명왕성' 드디어 베일을 벗다

'카이퍼 벨트'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태양계 형성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는 50억년 전 형성됐다. 중심에 태양이 있고 수성, 금성, 지구 등 8개 행성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 공전하고 있는 여러 행성들은 부딪히고 합쳐지는 과정에서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거쳤다.



이에 따라 '뉴호라이즌스호'가 카이퍼 벨트에 진입해 탐사 결과를 지구로 보내오면 태양계 비밀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헌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sh01190@qompa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