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편견 넘치는 사회…통념 엎는 반전 묘미
좋은 책의 특징은 한번 붙잡으면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정도의 영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좋은 책의 강점이다.

스티븐 레빗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와 스테판 더브너 뉴욕타임스 기자가 함께 쓴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이 그런 책이다. 레빗은 전통적인 경제학 사고와 기법을 평범한 사회 이슈에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복잡한 수식과 난해한 수학 기호를 동반한 다른 경제서적과 달리 이 책은 경제학과 수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책마을] 편견 넘치는 사회…통념 엎는 반전 묘미
이 책이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기존에 우리가 옳다고 믿어온 관념을 뒤집는 ‘반전’의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범죄율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통상적인 답변조차 이 책은 뒤집어 놓는다. 우리는 대개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한 순찰 강화나 범죄자에 대한 교화교육 강화 등에서 범죄율 하락의 이유를 찾곤 한다. 저자는 다르다. 통계적 근거를 제시해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몰락과 미국 범죄율 하락이 동일한 시발점에 의한 것이라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루마니아 독재자의 몰락과 미국 범죄율 하락이 동일한 원인에 근거한 것이라니 정말 기막힌 반전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지 궁금한 대학생들은 책을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에는 미국의 교사들이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포함돼 있다. 통계 분석이 전제된 결론이다. 성적을 조작하거나 커닝을 하는 주체가 학생이 아닌 교사라니…. 교사들이 성적을 조작한 사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저자의 천재성도 엿볼 수 있다. 일본 스모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경기 승패를 조작하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통계분석 기법이 적용된다. 우리가 흔히 의구심을 품곤 하지만, 명명백백하게 주장할 수 없는 것들을 기발한 방식으로 하나씩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경제학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읽으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게 한다.

우리 사회에는 편견과 아집, 독선이 팽배하고 있다. 자신이 한번 옳다고 믿으면 아무리 증거를 대도 후퇴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진사회가 되려면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사고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일반적으로 옳다고 생각한 것, 증명할 수 없다고 단언한 것들이 틀렸다고 보여 준다. 《괴짜경제학》은 정상인이 틀렸다고 얘기한다. 과연 누가 괴짜이고 누가 정상인일까. 책에서 해답을 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