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오명 임성한 작가, 펜을 놓은 까닭은
‘막장 드라마’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55·사진)가 은퇴를 선언했다. MBC 측이 더 이상 임 작가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다.

임 작가의 소속사 명성당엔터테인먼트 이호열 대표는 지난 23일 “임 작가는 예전부터 열 번째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방영 중인 ‘압구정 백야’가 열 번째 작품”이라고 말했다.

임 작가는 MBC 베스트극장 ‘웬수’로 등단해 MBC ‘보고 또 보고’(1998), MBC ‘인어 아가씨’(2002), SBS ‘하늘이시여’(2005), SBS ‘신기생뎐’(2011), MBC ‘오로라 공주’(2013) 등을 써왔다. 대부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자극적인 소재와 개연성 없는 전개로 논란이 됐다. 입양아나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적인 내용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년 10월부터 방영 중인 MBC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도 전작들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진 주인공이 친어머니의 아들과 결혼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드라마다. 극단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 때문에 지난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중지’ 의견을 받았다. ‘프로그램 중지’ 결정이 나면 5개 회차분의 재방송이나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다른 케이블TV에 판매할 수 없다. 친어머니이기도 한 시어머니가 주인공에게 “부모 없이 큰 게 자랑이고 유세야”라며 폭언하는 장면과 결혼식 당일 주인공의 남편이 벽에 머리를 부딪쳐 급사하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출석한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임 작가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더 이상 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임 작가의 은퇴가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의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년 전 MBC가 방영한 ‘오로라 공주’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오로라 공주’도 친딸을 그리워한 어머니가 그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압구정 백야’와 비슷한 내용이다. 등장인물들이 개연성 없이 죽음을 맞는 것도 비슷하다.

두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청률이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20.2%를 기록한 ‘오로라 공주’는 당시 M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이었다. 극단적인 내용은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고, 드라마를 종영하라는 대중 서명운동도 있었지만 방송국은 작가의 요구에 따라 드라마를 150회로 연장해 방영했다. 반면 ‘압구정 백야’는 13~14%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 한 방송계 인사는 “종편과 케이블 채널의 등장으로 시청자에게 선택권이 많아졌다”며 “‘막장 코드’로만 승부해서는 시청률을 낼 수 없으니 방송사 측에서도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 한 명에 대한 비판보다는 시청률과 화제성에만 집착해온 방송사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작가는 ‘오로라 공주’ 한 편당 원고료 1800만원, 총 150부작을 집필해 약 27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백야’도 비슷한 금액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