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압박에 '700㎒' 방(放)·통(通)에 쪼개주기…17조 경제효과 날리나
주파수 효율이 높아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메가헤르츠(㎒) 대역이 한국에서는 반쪽 주파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의 요구로 관련 대역이 통신, 방송용으로 쪼개지면서 어느 쪽도 효율을 낼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주파수 배분

700㎒ 대역은 주파수가 먼 곳까지 전달돼 투자 효율성이 높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 후 회수한 이 대역을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작년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정치권이 지상파 초고화질(UHD)용 주파수 배분을 요구하자 최근 타협안을 마련하고 있다.

700㎒ 주파수 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총 108㎒폭이다. 이 가운데 20㎒폭은 작년 말 국가 재난망 구축에 사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최근 지상파 3사(KBS MBC SBS)에 4개 채널의 UHD 방송을 할 수 있도록 24㎒폭 할당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차세대 통신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40㎒폭으로 줄어든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정부안이 확정되면 (채널 부족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UHD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며 “통신사도 40㎒폭으로는 겨우 2개 사업자만 광대역 LTE(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방송과 통신 간 간섭을 막기 위해 보호대역을 더 많이 둬야 해 전체적인 주파수 활용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김 교수는 “방송이면 방송, 통신이면 통신에 주파수 대역을 몰아주는 게 국가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주파수 갈라파고스 되나

국제 표준에 따르면 700㎒ 대역은 사실상 통신용으로 결정돼 있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한국 주도로 2010년 (700 대역 전체를 통신용으로 배분하는) 국제 표준(APT700)을 제정했는데 정작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표준 제정 이전에 방송용으로 할당한 미국과 캐나다 등은 주파수 관점에서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등 향후 이동통신 데이터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신 주파수 공급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2011년 1월 5496테라바이트(TB)였던 모바일 트래픽은 지난 1월 11만7686TB로 4년간 2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까지 추가로 공급돼야 할 주파수는 125~279㎒폭인 데 반해 실제 할당 가능한 양은 700㎒ 대역 내 40㎒폭을 합쳐 120㎒폭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UHD 지상파 방송은 기술적으로 700㎒ 대역이 아닌 DTV 예비대역을 활용해도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박 교수는 “일부 안테나 교체 비용이 들겠지만 DTV 예비 대역을 활용하면 충분히 UHD 지상파 방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했을 때 정부가 거둬들일 주파수 경매 대가만 10년간 2조3380억원에 달하고 통신사들의 관련 투자(15조원 추산)를 합친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 700MHz 대역 주파수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쓰다가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반납한 주파수 대역이다. 일반적인 이동통신용 주파수인 800㎒ 대역보다 낮아 멀리 퍼져나가는 특징이 있다. 통신사들로선 그만큼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