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논란에 '우버 택시' 멈추자…택시 앱, 고급서비스 싣고 부릉부릉
차량 공유를 내세우며 2013년 8월 한국에 상륙한 우버는 에쿠스 벤츠 BMW 등 고급 차량을 이용해 ‘우버블랙’이라는 고급 콜택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기사가 직접 자동차 문을 열어주고, 좌석 옆엔 생수도 마련돼 있다. 승객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별점으로 기사 친절도를 평가한다. 일반 자가용으로 콜택시 영업을 하는 우버의 또 다른 서비스 ‘우버엑스’도 마찬가지다. 기사의 친절도를 곧바로 매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택시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에도 우버는 불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에서 택시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콜택시 영업을 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의 압박이 거세지자 우버는 지난주 국내에서 우버엑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우버블랙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한적으로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화해의 제스처’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택시도 ‘6성 호텔급’ 서비스로

불법 논란에 '우버 택시' 멈추자…택시 앱, 고급서비스 싣고 부릉부릉
국내 사업을 대폭 축소했지만 우버가 남긴 교훈은 적지 않다. 승차 거부, 난폭 운전, 불친절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버 논란을 통해 택시업계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우버의 역설’이다.

우버의 빈 자리를 채우는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봇물처럼 출시된 모바일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서비스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택시를 승객과 연결해 주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스타트업(신생기업) 쓰리라인테크놀로지는 프리미엄 콜택시 앱 ‘백기사’를 내놓고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백기사 앱에 가입된 택시기사는 국내 6성급 호텔에서 받는 수준의 친절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2012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브라질 콜택시 앱 ‘이지택시’는 우버처럼 승객이 기사를 평가할 수 있다. 불친절한 택시를 가려내 재교육하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지택시를 국내에 도입한 주역들이 작년 7월 설립한 ‘리모택시’는 안심 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승객이 택시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부모나 친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능이다. 서울 이천 천안 전주 여수 부산 등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동부NTS의 ‘M택시’는 차를 잡기 어려운 출퇴근·심야 시간에도 바로 택시를 부를 수 있게 차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M택시는 서울 택시 7000대, 부산 택시 4500대를 모바일로 연결해 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혼잡한 출퇴근 시간이나 금요일 밤 등에도 콜센터 상담원 연결 없이 바로 택시를 부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대기업도 뛰어든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택시 앱을 서비스하는 사례도 나왔다. 경기 고양시가 지난 1월 내놓은 ‘고양e택시’가 대표적이다. 고양시가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일반적으로 1000원 정도인 콜 비용 없이 택시를 부를 수 있다. 고양시 택시 2800여대 중 1500여대가 가입돼 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다음카카오) T맵택시(SK플래닛) 오렌지택시(한국스마트카드) 등과 제휴를 맺고 불량 택시업체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카카오택시’는 1월 기사용 앱을 출시했고, 이달 말 승객용 앱이 나오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등은 자체적으로 우버블랙과 같은 프리미엄 택시를 연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승차 거부 등으로 인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자정 노력이 더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