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것 같아도 획일적인 시대…삶을 바꾸는 것은 생각의 힘"
“진정한 힐링을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에 돌직구를 날리는 직설(直說)이 유일한 처방이다. 어설픈 위로는 개인을 나약하게 만들고 탐욕과 독점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사회구조에 면죄부를 준다. 아프다고, 괴롭다고 말하는 이들은 위로받기 전에 냉엄하게 스스로를 진단해 보라. 내 삶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가. 나는 지금 남의 삶을 눈치 보며 흉내 내고 있지는 않은가.”

전남 해남 대흥사 일지암에서 살고 있는 법인 스님(전 조계종 교육부장·사진)이 여기저기에서 힐링과 위로의 메시지가 난무하는 세태에 일침을 날렸다. 신간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불광출판사 펴냄)을 통해서다. 진정한 힐링을 하려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법인 스님의 설명이다.

그는 “정보가 넘쳐나는 다양성의 시대 같지만 사실은 획일적인 시대”라며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해보니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더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통이나 사회 시스템, 통념 등에 의해 강요된 생각으로 살지 말고 생각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게 법인 스님의 생각이다. 검색보다 사색이 필요하며, 삶을 바꾸는 것은 생각의 힘이라는 얘기다.

평소 일지암에서 청년출가학교 등을 통해 청소년, 청년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온 그는 이 책에서 사유의 회복을 위한 ‘사(思)생활 비법’ 10가지를 들려준다. 행복하고 좋아 보이는 것과 모두가 동의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뒤집어 볼 것, 모호하게 말하지 말 것, 자신의 말도 의심하고 한 번 더 헤아려 볼 것, 만족과 감사 기도만이 나의 최선인지 의심해 볼 것, 이미지와 감성에 속지 말 것 등이다.

4개의 장으로 된 책의 마지막 장은 ‘스님의 반성문’이다. 성직자로서 세속화된 종교에 대해 써내려간 반성문이자 물량주의, 성장주의로 치닫는 종교계에 대한 일갈이다. “‘중생’과 ‘어린 양’을 태우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과속으로 충돌과 위험 속에 차를 몰고 있는 종교인이여, 이제 그만 차에서 내리시라. 종교는 아무 힘이 없음으로 하여 가장 특별한 힘을 갖는다.”

최근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선임된 법인 스님은 “출가는 세속과 세상 사람을 등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가치관과 삶의 행태와 결별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무소유와 청빈은 수행자의 기본 자세이지 궁극목표는 아닙니다. 세상을 품고 수행해야지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