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서 열린 ‘연말정산 해법’ 토론회 > 성명재 홍익대 교수(왼쪽부터),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말정산 파동, 문제와 해법은’ 토론회에 참석해 세법 관련 사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서 열린 ‘연말정산 해법’ 토론회 > 성명재 홍익대 교수(왼쪽부터),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말정산 파동, 문제와 해법은’ 토론회에 참석해 세법 관련 사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꼼수 증세’라는 반발을 산 연말정산 파동에 이은 건강보험 개편안 백지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2012년 대선에서 야당과의 무상복지 공약 경쟁에 휩쓸려 가속 페달을 밟아댄 박근혜 정부의 ‘자책골’이기도 하다.

세수 부족으로 경기 부양에 투입할 실탄까지 모자라지만 ‘증세 없는 복지’ 틀은 견고하기만 하다. 현실적으로 증세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무상복지를 구조조정하지 않는 이상 퇴로가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진단이다.

[1] 경기 살릴 재정 여력도 없는데

['증세 없는 복지'에 갇힌 정부] 포퓰리즘에 휘둘리고…재정 원칙 사라지고…朴정부 '신뢰의 위기'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3%로 발표했다. 4년째 연평균 3%대 성장률을 맴돌았다. 내수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세수 결손으로 경기부양 자금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요 사업 예산의 58.1%를 상반기에 투입했다. 당초 목표인 57.1%를 웃돌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쓸 돈을 상반기에 앞당겨 쓰는 바람에 4분기 가용 예산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세수 부족액은 1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 부진이 다시 세수 결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2012년 2조8000억원이던 세수 결손은 지난해까지 3년째 이어졌다.

[2] 지자체와의 갈등 여전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수는 부진한데 복지 수요는 계속 증가해 중앙정부나 지방 모두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와 지방재정의 제도적인 적폐가 있으면 과감히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 개혁을 통해 세수 부족을 메우겠다는 의미다.

행정자치부가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지방교부세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세금 징수 실적이 우수한 지방자치단체에 현행 150%를 반영하던 인센티브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정도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해묵은 갈등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무상급식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등의 재원 분담을 놓고 큰 마찰을 빚었다. 재원이 바닥난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중앙정부는 난색을 보이며 맞섰다. 누리과정의 경우 결국 정치권의 압박을 받은 중앙정부가 5000억원을 지자체에 추가 지원하는 선에서 봉합했다. 이런 과정은 올해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세수도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줄줄이 후퇴하는 개혁정책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새 연말정산 제도는 당초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세금 부담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꼼수 증세’라는 반발에 네 가지 공제항목과 수준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땜질 처방됐다. 저소득층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고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건강보험 개혁안도 백지화 수순을 밟았다. 3년간 공을 들인 개혁 정책이 잇따라 좌초된 것이다.

앞서 공무원연금과 함께 개혁하려고 했던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은 시동도 걸지 못한 채 미뤄야 했다. 일관성을 잃은 정책 기조는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30% 아래로 급전 직하했다. 노동, 금융, 교육 개혁도 예고해 놓은 상태다. 내년에는 총선 모드로 바뀐다. ‘증세 없는 복지’ 딜레마를 깨지 않으면 개혁은 방향성을 잃고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골격도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홍열/강경민/고은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