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황희는 회의에서 말을 아꼈다
조선왕조 최장수 영의정인 황희(1363~1452)는 회의석상에서 먼저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의정이 먼저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거나 그 말이 옳다고 아부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황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두루 듣고 마지막에 종합해 의견을 개진했으며 태종과 세종은 으레 “황희 정승의 말대로 하라”고 했다.

《방촌 황희 평전》은 조선 초기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법률 종교 예술 등 전방위로 활약하며 새 왕조의 기틀을 세운 명재상 황희의 생애를 담았다. 그동안 단편적 일화로 알려진 그의 삶과 공적을 역사적 맥락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했다.

저자는 황희가 다방면에 걸쳐 이뤄낸 크고 작은 업적과 함께 뇌물 수수 의혹 및 사위와 아들의 행실 문제 등 그가 남긴 오점까지 두루 살펴본다. “너도 옳고, 너도 옳다”고 하던 인자하고 청렴결백한 ‘청백리 정승’이 아닌,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정사를 빈틈없이 처리한 ‘행정의 달인’으로서 황희를 보여준다.

황희는 실제로 성품이 지나치게 관대해 제가(齊家)를 잘하지 못했고 청렴결백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저자는 “황희는 왕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던 빳빳한 신하이자 매사에 넓은 안목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린 유능한 관료였다”며 “청렴결백한 지도자라기보다는 능력 있고 경험 많은 명재상의 대표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