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이해인 수녀의 '동백꽃 인생'
올해 수도회 입회 50주년 겸 칠순을 맞은 이해인 수녀(사진)가 산문과 일기를 묶은 새 시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마음산책)을 출간했다. 반세기 동안 수도의 삶을 걸어오며 아름다운 시와 산문을 남긴 그의 새 시집엔 산문과 신작 시 100편, 2011~2014년에 기록한 일기 100편이 실렸다.

총 7부로 구성된 책 속엔 투병의 고통, 삶에 대한 기쁨, 사람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수녀는 책머리 ‘시인의 말’에서 “봄의 민들레처럼 작고 여린 모습의 그 수련생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인내의 소금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는 한 송이 동백꽃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인생의 겨울에도 추위를 타지 않고 밝고 환하게 웃을 줄 아는 명랑하고 씩씩한 동백꽃 수녀가 되어 이 남쪽 바닷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독자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1976년 처음 낸 시집 《민들레의 영토》에서 여린 목소리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그가 2008년 암 수술 후 수년간의 투병 생활을 거치며 눈 속에서도 붉은 빛을 잃지 않는 ‘동백꽃 수녀’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 수녀가 유언장을 공증받은 날 쓴 ‘유언장을 쓰며’ 등 그의 시와 글에선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아픔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