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음이 아플 땐 눈알을 굴려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일상에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라든 솥뚜껑이든 위협을 가하진 않지만 현대인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종류와 강도 모두 강해졌다.

《트라우마,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할 때》의 저자는 1987년 공원을 산책하던 중 자신을 괴롭혔던 복잡한 생각들과 걱정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는 눈을 움직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기억과 엮인 고통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안구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EDMR)’을 개발했다.

처음 EDMR이 학계에 등장했을 때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정신의학회와 국방부를 포함한 많은 단체가 트라우마 치료법으로 EDMR을 주목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과거의 아픔을 아직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