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변화를 두려워 않는 힘, 위기의 핀란드 구했다
1993년 핀란드는 1년 새 국민총생산(GNP)의 17%를 잃어버렸다. 실업률은 3%에서 19%로 치솟았다. 경제 형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결과였다. 규모가 큰 제철소 제련공장들이 핀란드를 대표했고, 많은 사람들이 제지업 등 산림 관련 산업에 종사했다.

[책마을] 변화를 두려워 않는 힘, 위기의 핀란드 구했다
핀란드인들은 이 재난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괴로워하지도 않고, 두려움에 거리로 달려가지도 않았다. 그들은 미래에 대해 가혹하고 공정하며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 미디어, 의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밀도 높은 행동을 취했다. 의회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부분에서 노동조합을 포함해 핀란드 국민들의 합의가 이뤄졌다. 단호한 긴축정책, 화폐 절하, 철저한 민영화, 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교육’이라는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진행됐다. 이후 핀란드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핀란드가 변화에 성공한 최대 요인은 국민들의 ‘신뢰’였다. 신뢰는 복잡해지는 비용을 감소시키고 협력을 진흥시킨다. 신뢰를 특징으로 한 사회와 조직은 번영과 안정을 이룬다.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래학자이자 트렌드 전문가인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변화의 미래》에서 핀란드 사례를 들며 불행과 위기, 위협 등의 불안 요소에 대처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신뢰와 회복탄력성을 든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경제·개인·문화·정신 등 모든 차원의 변화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서 위기·삶·창조경제·미래 등 10가지 변화의 주요 키워드를 분석하고 미래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예기치 못한 사건, 비운, 상실 등과 같은 위기에 맞서서 건설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뜻한다. 보호된 세계 속에서 자란 성인들이 오히려 우울증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버드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성공한 경영인들은 자신의 경력에서 단 한 번의 실패에도 깊은 우울증에 빠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회복탄력성이다. 이는 신뢰와 더불어 긍정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두 번째 주요 자원이다. 회복탄력성이 있으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이정표와 도전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변형과 변화를 구분한다. 변형은 경제나 기술적 트렌드에서 비롯되는 외부적이고 수동적인 과정이다. 이와 달리 참된 변화는 스스로 선택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가는 의식적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면 퇴락하거나 몰락하게 되고 잘 활용하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을 역사적 실례를 들어가며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위대한 문화를 가졌던 마야문명이 완벽하게 몰락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자연 재앙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미리 예언하려는 예지적 미신이 내부의 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폭력과 증오가 두려움을 증폭시켰다는 것. 두려움이 크고 희망이 작을수록 사람들은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집단, 즉 ‘위대한 우리’로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커진다. 나치의 선동, 북한의 호전적 광기, 소말리아의 무정부 상태 등 ‘몰락의 규칙’에 맞는 사례가 여럿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핀란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한 경우다.

저자는 따라서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는 인류문명이 좌절하지 않고 지속되려면 새로운 문명의 코드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GNP로 간단하게 삶을 측정하던 ‘낡은 시대’는 지났다. 행복에 대한 새로운 연구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사회의 발전은 국가나 시장 중 하나로만 이룰 수 없으므로 양쪽의 시너지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네 개의 기둥인 강한 국가, 강한 시장, 강한 시민사회, 강한 개인 사이의 중재자다. 그 역할을 정책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저자는 ‘행복’을 제시한다. 행복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이다. 교육제도는 모든 창조적 경제와 사회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사회를 내부로부터 재건해 회복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사례를 소개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청어를 자르고 말리던 창고는 수많은 책상과 모니터, 비디오스크린 등으로 가득 찬 ‘아이디어의 집’으로 변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대담하게 변화를 꾀할 때 비로소 불안과 두려움이 변화의 추진력이 될 수 있을 새삼 강조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