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수 대표 변호사(왼쪽부터), 오세빈 대표 변호사, 김진권 대표 변호사, 최병덕 대표 변호사
정충수 대표 변호사(왼쪽부터), 오세빈 대표 변호사, 김진권 대표 변호사, 최병덕 대표 변호사
2000년대 중반 법무법인 동인은 이제 막 출범한 소규모 로펌이었다. 소속 변호사는 채 20명이 되지 않았다. 어느날 젊은 파트너 변호사 몇 명이 “좀 더 큰 로펌으로 옮기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가는 사람 안 막는’ 게 당시 업계 분위기였지만 동인의 선배 변호사들은 며칠을 밤낮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지금 큰 로펌에 가는 것보다 남는 게 더 낫다. 회사도 더 성장할 거고 개인 전문성도 더 확고히 구축할 수 있다”는 진심 어린 회유에 후배들은 결국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동인은 그때 기대처럼 중대형 로펌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최근 수년 새 고위급 판·검사들의 잇단 영입으로 전관 숫자로는 여느 대형 로펌에 견줄만한 규모가 됐다.

○검사장 출신만 10명…대형로펌에 안뒤져

법무법인 동인, 검사장급 이상 10명…지청장·부장검사 출신 13명…형사 '드림팀'
동인은 규모 대비 고위급 판·검사 출신이 많아 형사 분야에 특히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검찰 출신 중 검사장급 이상이 10명, 지청장 및 부장검사 출신이 13명에 달해 대형 로펌에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수원지검장 출신인 정충수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3기)와 수원지검 차장검사 출신인 이철 대표 변호사(5기)가 형사팀의 초석을 닦아 놓았다. 고대 법대 출신인 정 대표는 사법연수원 교수,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내 사법 관련 지식 및 경험이 많고 대검 강력부장 재직 시절에는 다양한 강력 사건을 처리해 경험이 남다르다.

초대 해양경찰청장 출신인 이승재 변호사도 형사팀 소속이다. 그는 또 경찰 치안총수급 출신으로는 변호사 1호로, 경찰 조직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지검장 출신인 박태규 변호사는 “경찰 단계부터 평검사급, 부장검사급, 검사장급까지 인력 풀이 두루 포진돼 있다”며 “조세·행정, 공정거래, 금융·증권, 지식재산권 등 다른 분야도 사건 성격에 따라 형사팀이 초기 수사단계에서부터 신속한 변론 활동을 전개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들이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인 제공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들이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인 제공
○법원장 출신들이 이끄는 송무

송무 인력도 쟁쟁하다. 법원장급 이상 출신만 4명에 달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대전고, 서울대 법대 출신인 오세빈 대표변호사(5기)는 대전고등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냈으며, 최근 현대차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재선임됐다. 손용근 대표변호사(7기)는 한양대 법대 출신 법조인 1호로, 특허법원장과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냈다. 특허법원장 재직 시절 특허 및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을 많이 처리해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 영입된 김진권 대표변호사(9기)와 최병덕 대표변호사(10기)도 송무 분야 경쟁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동부지법원장을 거쳐 대전고등법원장,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내 법원 내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최 대표도 사법연수원장과 수원지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송무 분야에서 탁월한 경륜을 갖췄다는 평가다.

○건설·금융·M&A분야서도 두각

동인은 전관 출신이 많은 로펌이지만 건설·금융·인수합병(M&A)·지재권 등 전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왔다. 동인 관계자는 “로펌 출범 초창기 소규모 법인을 합병한 것을 제외하면 분야마다 필요한 인재를 그때그때 영입해 적재적소에 배치해 왔다”고 설명했다. 파트너 비중이 높은 것도 동인의 특징. 변호사 총원 98명 중 파트너 변호사가 62명으로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을 지내고 최근 합류한 조주태 변호사는 “고위 판·검사 출신이 많다고 해서 전관 중심으로 딱딱하게 꾸려가기보다는 각 분야별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추면서도 조직의 유연함을 잃지 않은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며 “올해 10대 로펌 진입을 발판으로 조직을 넘어 고객과 하나되는 ‘동인’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