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국내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소는 부산이 유력하다. MS의 데이터센터 설립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IT 업계에선 물밑 수주전이 시작됐다.

MS, 부산에 아시아 데이터센터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MS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에서 국내 설계회사와 건설사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번 데이터센터 건립은 MS본사가 부동산 컨설팅 회사 CBRE를 통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실무는 중국MS에서 담당한다.

이 설명회에서 MS는 일정과 진행 방식, 기존 자사 데이터센터 정보 등을 업체들에 알렸다. 간단한 사업 소개 수준이었다는 것이 참여 건설사들의 전언이다.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와 건립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일 MS는 자사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내고 부산에 근무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뽑는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부지로 부산이 유력하다는 얘기다.

총 투자규모는 5조~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PM 채용공고 본문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경험자 지원 바람”이란 문구가 있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서버를 제외한 하드웨어 투자비용이 1000억원을 웃돈다”며 “국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MS의 기존 데이터센터 규모를 감안할 때 서버까지 갖추면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를 원하는 일부 건설·설계사는 13일 MS 측에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MS "지진에 안전 … 전기료도 싼 부산을 亞·太 클라우드센터로"

MS는 이번 데이터센터를 아·태지역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료가 싸고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를 걱정할 필요 없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쟁’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9월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총 금액이 210억달러(약 22조원)를 넘어섰다. IBM도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데이터센터 추가 건립을 위해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MS는 미국 시카고, 아일랜드 더블린 등에 총 8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건립비용만 5억달러(약 5600억원)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싼 전기요금, 안전한 입지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겪은 일본 도레이, 소프트뱅크 등의 데이터센터 이전 적격지로 평가돼왔다.

데이터센터 건립이 가시화됨에 따라 발전설비, 서버 등을 납품하는 국내 IT서비스업체와 설비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센터 운영 경력을 바탕으로 영업부서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비상발전기 관련 기업은 “수주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건립사업에 납품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데이터센터 건립에 한국MS는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MS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며 “현재로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