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개혁' 하겠다더니…국회의 10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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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空約된 국회 '셀프개혁'
2012년 총선·대선 때 '클린 국회' 약속해놓고…여야 "언제 그랬냐" 딴청
국민 경선 약속해놓고 '전략 공천'…세비 깎는다더니 18대보다 20% '쑥'
20여 의제 꺼낸 정치쇄신특위, 겸직금지 등 개혁안 3개만 내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지방선거 앞두고 물 건너가…헌정회 연금폐지도 크게 후퇴
2012년 총선·대선 때 '클린 국회' 약속해놓고…여야 "언제 그랬냐" 딴청
국민 경선 약속해놓고 '전략 공천'…세비 깎는다더니 18대보다 20% '쑥'
20여 의제 꺼낸 정치쇄신특위, 겸직금지 등 개혁안 3개만 내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지방선거 앞두고 물 건너가…헌정회 연금폐지도 크게 후퇴
지난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서 막말, 허위 사실을 유포한 국회의원들이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건수는 23건에 달했다. 일반인이면 곧바로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겠지만 23건의 의원 징계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 중 대표적인 것이 면책특권(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불체포 특권(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권리)이다.
일부에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이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겠다는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 스스로 두 특권의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더 많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면책특권 및 불체포 특권을 비롯한 ‘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의 셀프개혁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바뀐 게 별로 없다. 국회는 이들 특권 포기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막말 정쟁으로 얼룩졌다. 지난해 10월1일 국회에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채 전 총장과 한 야당 여성 정치인의 관계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다. 명예훼손 여지가 있지만 면책특권이 있기에 가능한 발언들이었다.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의원 세비 30% 삭감,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외부인사 참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 법제화, 비례대표 밀실공천 의혹 해소,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선거 2개월 전·대통령 후보 4개월 전 선출 법제화, 공천 금품 수수시 수수 금품의 30배 이상 과태료 부과 및 공무담임권 제한 기간 20년 연장,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시 원인 제공자가 선거비용 부담, 선거구획정위원회 100% 외부인사 구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을 때 일정 금액 이상 수수자에 대해 법정 기소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국회의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 선거구 획정 독립기구에 일임,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권 국민에게 환원, 정당 외부감사 제도 의무화, 선거 완전공영제 실시, 정당의 고액 특별당비 공개 등도 내놨다.
그러나 지켜진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국민참여경선 법제화를 약속했고, 민주당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음에도 여야는 지난해 10·30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친박 실세이자 화성에 살지도 않는 서청원 의원을 공천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손학규 상임고문을 공천하려고 했다.
세비 30% 삭감 약속도 ‘없었던 일’이 되고 있다. 대선 후 처리한 19대 국회의원의 2013년도 세비는 2012년과 똑같은 1억3796만원이었다. 이는 18대 국회보다 20%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9월30일 활동이 끝난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도 세비 삭감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4월30일 특위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회의원 스스로 수당 등 세비 지급을 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별도 심사위원회에서 세비를 책정하는 방안이 나왔으나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은 민주적인 정당 운영을 위해 강제적 당론 투표를 지양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7월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위한 국회 표결 당시 찬성을 ‘구속적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뿐만 아니다. 여야는 특별감찰관제 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뺐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별감찰관제는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기 위해 도입을 공약했던 것이다.
정치쇄신특위는 정치개혁 의제 20여개를 꺼내들었지만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국회의원 평생 연금 지급 중단,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세 가지 ‘셀프 개혁’만 내놓고 활동을 종료했다. 그나마 국회의원 겸직 금지는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사 ‘19대 현직 의원은 제외하고 차기 20대 국회의원부터 적용한다’로 결론냈다.
헌정회 연금 폐지도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연금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원 재임기간 1년 미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 복권되지 않은 경우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2인 가족 기준 월 약 294만원) 이상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상인 경우 등은 월 12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고쳤다.
국회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해 12월4일 황우여 새누리,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최경환 새누리,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여한 4자회담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정개특위는 현재 운용 중이지만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자치 선거제도 개선’과 ‘지방교육자치 선거제도 개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개특위는) 당장 코앞에 닥친 과제부터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관련 의제만 올려 놓았다는 얘기다.
지방선거를 앞둔 당리당략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약속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백지화하는 대신 기초의원 폐지 등 개편안을 내놨다. 내달 4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당공천 폐지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도 어쩔 수 없이 당원 투표로 공천 폐지 확정을 했지만 반대 기류가 적지 않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결국 시민단체 언론 등 외부 세력의 개입과 감시 강화를 통해 풀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성태/김재후 기자 mrhand@hankyung.com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 중 대표적인 것이 면책특권(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불체포 특권(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권리)이다.
일부에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이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겠다는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 스스로 두 특권의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더 많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면책특권 및 불체포 특권을 비롯한 ‘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의 셀프개혁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바뀐 게 별로 없다. 국회는 이들 특권 포기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막말 정쟁으로 얼룩졌다. 지난해 10월1일 국회에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채 전 총장과 한 야당 여성 정치인의 관계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다. 명예훼손 여지가 있지만 면책특권이 있기에 가능한 발언들이었다.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의원 세비 30% 삭감,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외부인사 참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 법제화, 비례대표 밀실공천 의혹 해소,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선거 2개월 전·대통령 후보 4개월 전 선출 법제화, 공천 금품 수수시 수수 금품의 30배 이상 과태료 부과 및 공무담임권 제한 기간 20년 연장,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시 원인 제공자가 선거비용 부담, 선거구획정위원회 100% 외부인사 구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을 때 일정 금액 이상 수수자에 대해 법정 기소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국회의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 선거구 획정 독립기구에 일임,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권 국민에게 환원, 정당 외부감사 제도 의무화, 선거 완전공영제 실시, 정당의 고액 특별당비 공개 등도 내놨다.
그러나 지켜진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국민참여경선 법제화를 약속했고, 민주당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음에도 여야는 지난해 10·30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친박 실세이자 화성에 살지도 않는 서청원 의원을 공천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손학규 상임고문을 공천하려고 했다.
세비 30% 삭감 약속도 ‘없었던 일’이 되고 있다. 대선 후 처리한 19대 국회의원의 2013년도 세비는 2012년과 똑같은 1억3796만원이었다. 이는 18대 국회보다 20%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9월30일 활동이 끝난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도 세비 삭감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4월30일 특위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회의원 스스로 수당 등 세비 지급을 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별도 심사위원회에서 세비를 책정하는 방안이 나왔으나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은 민주적인 정당 운영을 위해 강제적 당론 투표를 지양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7월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위한 국회 표결 당시 찬성을 ‘구속적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뿐만 아니다. 여야는 특별감찰관제 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뺐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별감찰관제는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기 위해 도입을 공약했던 것이다.
정치쇄신특위는 정치개혁 의제 20여개를 꺼내들었지만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국회의원 평생 연금 지급 중단,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세 가지 ‘셀프 개혁’만 내놓고 활동을 종료했다. 그나마 국회의원 겸직 금지는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사 ‘19대 현직 의원은 제외하고 차기 20대 국회의원부터 적용한다’로 결론냈다.
헌정회 연금 폐지도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연금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원 재임기간 1년 미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 복권되지 않은 경우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2인 가족 기준 월 약 294만원) 이상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상인 경우 등은 월 12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고쳤다.
국회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해 12월4일 황우여 새누리,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최경환 새누리,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여한 4자회담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정개특위는 현재 운용 중이지만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자치 선거제도 개선’과 ‘지방교육자치 선거제도 개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개특위는) 당장 코앞에 닥친 과제부터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관련 의제만 올려 놓았다는 얘기다.
지방선거를 앞둔 당리당략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약속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백지화하는 대신 기초의원 폐지 등 개편안을 내놨다. 내달 4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당공천 폐지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도 어쩔 수 없이 당원 투표로 공천 폐지 확정을 했지만 반대 기류가 적지 않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결국 시민단체 언론 등 외부 세력의 개입과 감시 강화를 통해 풀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성태/김재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