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망해가는 회사 살리려면 3가지 목표에 집중하라
보험회사 아플락(AFLAC)은 오리들이 회사 이름을 외치는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그러나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2011년 일본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오리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가 이 비극을 비웃는 행동을 저질렀던 것. 일본은 이 회사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전략지였다.

아플락의 최고경영자(CEO) 댄 아모스는 즉시 그 배우를 해고했다. 무성영화 형식의 광고를 새로 만드는 한편 오리 목소리를 연기할 사람을 찾는 오디션을 열었다. 이는 뜻하지 않은 홍보효과로 이어졌다. 오디션에 1만2371명이 참여했고 7만건 이상 언론에 보도됐다. 그야말로 거대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것이다. 한 방송인은 이에 대해 “시퍼렇게 멍이 든 눈을 애교 점으로 만든 최고의 사례”라고 극찬했다. 아모스의 리더십이 장애를 뛰어넘고 기회를 찾도록 만든 셈이다.

《CEO가 말하는 CEO》는 CEO 전문가로 손꼽히는 저자들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44명의 CEO를 인터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의 공통된 전략과 실행 패턴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들은 “혁신적 CEO는 기업을 회생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며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에 혁명을 불러일으킨다”며 “이들이 여느 경영자와 다른 점은 꾸준히 무언가를 변화시키거나 창조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CEO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위기 관리’를 꼽는다. 한 기업을 이끌다 보면 필연적으로 위기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런 위기를 잘 관리해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 최고의 CEO라는 얘기다. 혁신적 CEO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할 때 다섯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이들은 새로 태어날 회사가 어떤 모습이고, 무슨 목표를 가질 수 있을지 비전을 수립하고, 기업의 문화를 구축하며, 적절한 인재를 확보한다. 고객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실천계획은 열 살짜리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페이지로 만든다.

세계 최대 비영리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일하고 있는 앤 멀케이는 2001~2009년 제록스 회장으로 일하며 파산 직전의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세 가지 이상의 목표를 세우지 말라”며 이렇게 조언한다. “복잡한 대기업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진실로 집중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관리할 수 있는 우선적인 일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세 가지가 딱 적당하다.”

회사를 회생시키고 사업을 일으키고 문화와 산업과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혁신적 CEO는 그것을 즐길 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즐거움을 주입한다. 고객이 직접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빌드 어 베어 워크숍의 CEO인 맥신 클라크는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성공적인 모든 기업은 즐거움이라는 연료를 사용한다. 당신 자신만의 곰 인형을 만드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