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는 처음 듣는 노래를 마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따라 부른다. 반면 어떤 아이는 따라 부르기까지 3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를 ‘느린 아이’라고 표현한다.

[책마을] 잘못된 악기교육에 아이는 좌절한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발도르프 음악교육》에서 저자는 “느린 것이 아닌, 그저 그 아이의 속도일 뿐”이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적응 시간이 필요한 아이는 새로운 노래를 듣게 되면 속으로 많이 반복한 뒤 ‘내가 할 수 있을 때’ 따라 한다. 노래를 따라 하지 않는 아이에게 따라 부를 것을 강요하는 교사는 현명하지 못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치료사인 저자는 21세기 개혁 교육의 모델로 각광받는 ‘발도르프 교육’을 소개하며 올바른 음악교육법을 전해준다. 독일 사상가인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1)가 창시한 발도르프 교육은 ‘교육예술’을 추구한다.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 따라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몸을 쓰면서 자신과 세상을 배우게 하는 게 요체다. 저자는 0~9세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올바른 음악교육법과 악기 선택 요령 등을 제시한다.

슈타이너는 아이들이 가급적 일찍 악기를 접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는 주관적 대상이 다른 객관적 대상을 통해 외부로 나가는 것을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년기에는 악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며 악기교습소의 기능 훈련식 악기 교육을 비판한다. 아이들에게 악기를 관찰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박자를 지키고 악보대로 연주하는 법만 가르치면 성장 과정에서 자존감에 문제가 생기고 음악을 증오하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