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인·대주교가 회고한 성철 스님
“화장지 한 장도 네 조각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승복이 누더기가 될 때까지 평생 옷 한 벌로 지내신 것은 결코 청빈에 관한 가르침만은 아닐 것이다. 구도자로서 물질에 대한 절제의 태도와 외향적인 모습에 마음을 두지 말고 내적인 수련에 더욱 정진하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성철 스님(1912~1993)을 이렇게 기억한다. 김 대주교는 성철 스님 열반 20주기를 맞아 출간된 《참선 잘하그래이》에서 스님의 수행과 청빈한 삶을 되새기며 “중생에게 정신적 등불이 되어주셨다”고 했다.

이 책에는 김 대주교를 비롯해 시인 고은 정호승 고형렬 문태준 홍신선, 소설가 한승원 김성동 남지심, 헌법학자 정종섭, 철학자 김형효, 화가 이호신 등 성철 스님과 인연을 맺은 26명이 쓴 26편의 인연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승원 작가는 “성철 스님과 삼천배는 나에게 하나의 화두였다”고 했고 고형렬 시인은 ‘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이 수미산을 지난다’는 열반송에서 성철 스님이 던진 화두를 읽어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