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마음에 드는 그림에만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서명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반 고흐라는 성(姓)을 발음하기 어려워 트림하듯 우스꽝스럽게 말하는 것이 싫었다. 또한 아버지와 불화로 반 고흐라는 성을 싫어했다.

그림의 서명은 이처럼 많은 뜻을 함축한다.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그림 속에 A와 D자를 고급스럽게 디자인한 서명을 써서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창조자임을 과시하고자 했다. 스페인 화가 고야는 자신이 알바공작 부인과 연인 관계임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공작부인이 ‘나에게는 오직 고야뿐’이란 뜻의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처럼 그림 속 서명에는 갖가지 사연과 의미가 담겨 있다.

[책마을] 고야 그림 속 은밀한 메시지
《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화가의 서명, 입 모양, 손가락, 발, 그림자 등 키워드를 통해 그림들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녔는지 가르쳐준다.

뭉크의 ‘절규’는 주인공의 입 모양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걸작. 영화 ‘전함 포템킨’ ‘싸이코’ ‘스크림’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카라바조의 ‘로레토의 성모’에서 성모가 맨발로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이유는 고귀한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애환을 이해하는 이웃 같은 존재임을 보여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