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외국어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라
72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19세기 이탈리아 메조판티 추기경은 사전이나 문법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새 언어를 빠르게 학습했다. 외국인에게 우선 주기도문을 소리 내서 읽게 한 뒤 그 언어의 소리와 리듬을 파악했다. 또한 그의 말을 명사, 형용사, 동사 등으로 쪼개본 뒤 언어의 작은 파편을 갖고 전체 그림을 추출해냈다. 여기에 어휘에 대한 천부적인 기억을 덧붙여 새로운 문장을 조합해냈다.

《언어의 천재들》은 역사상 초다(超多)언어구사자들의 언어학습법을 탐구해 효과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50가지 언어를 구사한 대장장이 일라이후 버리트, 아홉 살 때 13가지 언어를 익혔다는 세리 등 초다언어구사자들은 하나같이 언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즐겼다. 단어 목록을 암기하는 대신 언어를 온몸으로 흡수했다.

그런 천재들이 외국어 능력을 빨리 향상시킨 비결을 종합한 지침을 저자는 전해준다. 첫째가 외국어에 몰입하는 학습법이다. 산만함을 통제해 학습효과를 배가했다. 또한 언어는 함께 배울 때 더 효과적인 만큼 스터디그룹에 참여하고, 어떤 방법을 쓰든 그 한 가지 방법에 계속 매진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저자는 특히 외국어를 잘 구사하려면 모국어에 정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어 감각이란 모국어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도 권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