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주 만물은 주고 받음으로 얽혀있다
“연기법(緣起法)은 서로 주고받음의 관계다. 우주 만물은 서로 어떤 끈에 의해 매여 있으므로 주고받음의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지구는 달과 태양계에, 태양계는 다른 별에 얽혀 있는 식이다. 모든 것이 그물코처럼 얽혀 있어서 하나만 당기면 다른 모든 것이 딸려오게 돼 있다. 석가모니가 깨달은 것도, 불교의 선사들이 펼쳐놓은 깨달음의 세계도 결국 이걸 말하려는 것이다.”

원로 천문학자인 이시우 서울대 명예교수(77)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교수가 새로 내놓은 《직지, 길을 가리키다》는 선불교의 교과서로 통하는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을 연기법의 관점에서 풀이한 책이다. 직지심경에 담긴 과거 칠불(七佛)과 인도의 28조사(祖師), 중국의 110선사(禪師)들의 가르침을 주고받음의 관계로 풀이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가령 과거 칠불의 하나인 비사부불의 게송을 보자. ‘경계가 없으면 마음 또한 없기에 죄와 복도 환술처럼 생겼다 사라지네’라는 구절에 대해 이 교수는 “죄나 복도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대상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 작용이므로 환술과 같다고 하는 것”이라며 “이런 모든 현상은 인간이 항상 외부 대상과 상호 의존적인 연기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예순에 서울대 천문학과에서 조기 은퇴하고 불법에 심취해왔다. 한때 출가도 생각했으나 현실 불교의 실태에 실망해 홀로 경전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 까닭에 선종의 조사나 선사들이 남긴 선어를 신비화하는 경향에 대해 “비논리적, 비합리적인 것을 절대 권위로 치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스스로 공부해 터득한 불교의 세계와 삶의 지혜가 책 전반에 녹아 있다. 이 교수는 “비단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사상과 철학의 뿌리는 주고받음의 관계인 연기사상”이라며 “경제학은 주고받음의 효율성을, 사회학은 주고받음의 질서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현대의 모든 학문은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 자연 만물 사이의 연기법을 근본으로 하므로 모든 학문의 지식은 연기법에 의해 통섭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