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증권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액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거래액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거래를 늘릴 만한 호재가 거의 없는 만큼, 거래 위축세가 ‘지하실을 뚫고 암반까지 깨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9일까지 8월 일평균 거래액은 3조5310억원으로 나타났다. 5일에는 2조7618억원까지 거래 규모가 위축됐다.

일평균 거래액이 4조원 미만인 날도 6월에는 19거래일 중 9일이었으나 7월에는 23거래일 중 사흘을 제외하곤 모두 4조원에 못 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5조1902억원)과 2009년(5조7955억원)에도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액이 5조원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

거래 규모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6월 외국인 매도공세 등으로 적잖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 세법개정안 여파로 중산층 가처분소득이 더 줄어들 전망이어서 증권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월 10만원대 소액으로 투자하던 적립식펀드 상품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 눈치보기가 계속되면서 거래 회복의 걸림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