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갑 넘은 헌법의 '리얼 다큐멘터리'
1948년 7월 초 헌법안 독회 과정을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당시 국회의장)이 얼마나 빨리 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애썼는지 알 수 있다. 마치 연극 대사를 읽는 것처럼 ‘제 몇 조 무엇무엇’이라고 읽기가 바쁘게 ‘이의 없습니까?’ 하며 의사봉을 땅, 땅, 땅 신나게 쳐댔다. 어떻게든 미군정 당국과 약속한 8월15일 광복절까지 정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이양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쫓기고 있어서였다.

《두 얼굴의 헌법》은 헌법의 탄생 과정과 그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단행한 발췌개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개정까지 대한민국 헌법의 모진 역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원로 언론인인 저자가 기자 시절과 11·15대 야당 국회의원을 하면서 만난 정치인들에게 직접 듣고 취재한 내용과 국회의사록을 토대로 썼다. 문자 기록뿐만 아니라 생생한 증언과 비화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 마치 소설을 읽듯 흡인력 있게 읽힌다.

헌법은 역사 속에서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며 수난을 겪었다.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백 수천 가지 법 가운데 최고로 높은 법’인 헌법을 헌신짝처럼 버렸기 때문이다.

책 제목 ‘두 얼굴의 헌법’은 헌법 그 자체는 하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권력자가 가진 흉기가 되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의 보호자,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기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팔순의 나이에도 폐암을 극복하고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책을 엮어낸 저자의 열정도 놀랍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