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銀 DLS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이 부활할 조짐이다. 금·은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상품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수익률이 낮아진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 대안으로 금·은 DLS를 꼽는 전문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금·은 DLS “바닥 쳤다”

7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런던 금 가격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DLS의 7월 발행액이 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475억원보다 45%가량 늘었다. 7월 금 DLS 발행 건수가 6월(41건)보다 적은 28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별 상품에 몰린 돈은 한 달 새 두 배로 많아졌다.

은 DLS 시장도 비슷하다. 런던 은 가격지수를 반영하는 DLS의 7월 발행액은 676억원(25건)으로 전달 359억원(31건)에 비해 90% 가까이 늘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증권사들도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을 최근 다시 늘리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이번 주 금·은 DLS 상품만 네 개를 내놓았다.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이번 주에 금·은 DLS 상품을 일제히 선보였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에 금·은값이 워낙 많이 내려가 현재 가격의 50% 내외인 DLS 손실 구간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손실 구간을 넉넉히 잡은 상품을 중심으로 DLS 판매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향후 금·은값은 ‘글쎄’

금·은 DLS는 기초자산의 가짓수와 손실 구간이 비슷하게 설정된 ELS에 비해 연평균 기대 수익률이 2%포인트가량 높다. 대신 자산 변동성이 지수형 ELS보다 크다. 이 상품은 지난 2월 5000억원어치 이상이 발행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지만 금과 은값의 기록적인 폭락 이후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지난 2분기 금값 낙폭은 분기 기준으로 90년 만에 가장 컸다. 은값 역시 23년 만의 최대 하락세를 보였다. 일부 상품은 손실 구간(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하기도 했다.

DLS 인기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앞으로 금과 은값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되면 금과 은을 비롯한 실물자산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050달러로 내렸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금이나 은 같은 실물자산 DLS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한꺼번에 쏟아졌다가 또 한번에 쑥 들어가는 속성을 지녔다”며 “지금의 발행액 규모로는 금·은 DLS가 추세적으로 살아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금과 은값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금이나 은 등의 실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DLS보다는 S&P500 등 지수와 다른 실물을 동시에 반영하는 상품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