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괴담’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소문이 확산되면서 국내 수산물 업계엔 불황의 그늘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괴담’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소문이 확산되면서 국내 수산물 업계엔 불황의 그늘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오는 손님마다 일본산이 아닌지 꼭 물어봐요. 일본산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해도 손님들은 몇 번씩 되물어보고 찜찜한 표정을 지으니 답답하죠.”

노량진수산시장에서 10년째 생선과 조개류를 팔고 있는 장승우 씨(42)는 4일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뒤엔 일본산 수산물을 안 팔고 있는데도 단골마저 자꾸 의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방사능 관련 뉴스가 최근 자주 나와 걱정”이라며 “지금은 휴가철에 장마까지 끼어 있는 비수기여서 타격이 작지만 성수기인 다음달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후쿠시마 원전 망령, 한국 수산물시장 덮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방사능 위협에 노출된 일본산 수산물이 한국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산물 등 먹거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못 먹는 방사능 오염식품이 수입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더구나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바다에 흘러들어갔고, 근처 해안에서 고(高)방사성 물체가 발견됐다는 소식 등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괴담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생태와 도미 일부를 제외하면 일본산 수산물이 유통되지 않는 등 방사능 오염 생선이 유통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어를 판매하는 이모씨(46)는 “지난해에는 고등어 일부가 일본에서 수입됐지만 최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일본산 생태 유통을 전면 차단했다. 이마트는 2010년 40억원어치의 일본산 생태를 수입했지만 원전사고가 난 2011년 3월 이후 러시아산 동태로 대체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일본산 생태 수입을 중단, 명태 판매량 중 생태 비중이 2010년 54%에서 올해 2%로 줄었다.

정부도 소문 진화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일본 원전사고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총 2461건의 농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일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15개 품목에 대해 165건의 안전성 조사를 한 결과 159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다시마 등에서 일부 요오드가 나왔으나 기준치 이하였다”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지난달 30일 “일본산 수산물은 수입 단계에서 방사성 검사를 거치며,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수산물만 한국에 수입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식약처는 수산물 외에도 농산물 가공식품 식품첨가물 등을 일본에서 수입할 때 일본 정부의 검사성적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토록 하고 자체 검사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원전 상태에 대해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데다 방사능 물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 도쿄전력이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효라 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팀 과장은 “현재 상태로는 일본산 식품을 매일 먹지 않는 한 몸에 이상이 생길 확률은 거의 없다”며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근거 없는 소문에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