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케인스+하이에크=경제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00년대 초 ‘아젠다 2010’이란 개혁을 단행했다. 기간제 노동계약을 허용하고, 실업급여는 최장 32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시켰다. 기업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해고할 수 있는 범위도 넓혔다. 고용노동시장에 유연성을 확대한 것이다. 수많은 실업자와 연금생활자는 실망했다. 2005년 선거에서 슈뢰더는 졌고 총리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슈뢰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로존에 재정위기가 닥쳤을 때 독일이 유럽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만든 일등공신으로 평가됐다.

《세계를 뒤흔든 경제 대통령들》은 역사에 족적을 남긴 세계 각국 경제정책 결정자 18명의 생애와 정책 내용을 담았다. 미국 산업의 토대를 갖추도록 이끈 알렉산더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 발행으로 전비를 조달해 러·일전쟁 승리에 기여한 다카하지 고레키요 일본 총리, 규제 천국 인도에 자유경제 바람을 일으킨 만모한 싱 총리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렇다면 경제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일까. 적극적 정부 개입을 옹호한 케인스와 자본주의를 지지한 하이에크의 시각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는 효과적 개입을 통해 길을 터주고, 시장이 더 잘할 수 있는 곳에서는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