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한 사람은 사이코패스?
16년간 영국 증권거래인으로 일한 돈 노빅은 한 번도 돈을 잃은 적이 없다. 그는 투자할 때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현재에만 집중했다. 수십억달러를 벌건 돈을 모두 날리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 결과 큰 돈을 벌고 46세에 은퇴해 골동품 수집을 하며 여생을 평온하게 살았다. 그는 사이코패스였다.

사회심리학자 케빈 더튼은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에서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며 연쇄살인마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사이코패스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많다고 주장한다. 사이코패스의 번뜩이는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가 살아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사이코패스의 공통적 특징은 죄책감이 없고 무자비하며, 설득력과 실행력이 뛰어나고 겁이 없다는 것. 더튼은 “이런 특징은 정치가나 세계적인 지도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성향”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명상을 통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수도승이나 실제 상황에서 오히려 심장 박동 수가 더 떨어지는 폭탄해체 전문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며 수술을 진행하는 외과의사도 사이코패스와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겁이 없고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환영받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면서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의 용감함, 솔직함, 정신적 강인함을 잘 활용한다면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