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쓰나미] 민간기업 38조·공공부문 12조…통상임금 '50조 폭탄' 째깍째깍
이번 행정법원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논란이 민간에 이어 공공부문으로도 불붙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휴일·야근·잔업 등 수당을 산정해왔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을 포함시켜 퇴직금 및 수당을 재산정한 결과 공공부문에만 12조원에 가까운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부문 부담금액 38조원을 합칠 경우 총금액은 50조원으로 불어난다.

○행정소송 봇물 터지나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고정성·일률성·정기성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한 과거 대법원 판례를 들어 근로복지공단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월 기본급의 600%를 상여금으로 하되 정해진 날짜에 50%씩 나눠 지급해왔다.

통상임금에는 상여금을 제외하고 기본급과 자격증 수당만 포함시켰다. 소송을 제기한 조모씨는 처음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에 육아휴직수당을 신청해 현행 통상임금 기준대로 1년치 수당 719만원을 받았다. 육아휴직수당은 다른 수당과 달리 회사(근로복지공단) 측이 아니라 정부 고용보험기금이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대법원 판결 직후 조씨는 수당 산정이 잘못됐다며 북부지청에 상여금과 장기근속수당, 급식보조비, 교통보조비, 직급보조비, 맞춤형복지카드 등을 통상임금에 넣어 재산정할 경우의 총수당 1193만원에서 이미 받은 719만원을 뺀 금액 474만원을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북부지청이 고용노동부의 예규조항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상여금은 연봉제 적용 대상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한 고정적 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된다”며 원고가 수당 산정에 고려해 달라고 함께 청구한 다른 수당들도 같은 이유로 모두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향후 통상임금과 관련한 행정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적잖은 수의 공공기관 상여금이 통상임금의 조건인 ‘고정적·일률적·정기적’ 환경에서 지급돼온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공기업, 민간보다 타격 커

이 같은 판결이 확산될 경우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인건비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적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전체 공공부문 근로자(비공무원)의 통상임금을 대법원 판례대로 재산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과 당해연도 발생비용을 추산한 결과 공공부문은 총 11조7427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국가예산 342조원의 3.4%가 넘는 돈이다. 환경(6조3000억원), 문화·체육·관광(5조원), 외교·통일(4조1000억원) 등의 예산보다도 2배 이상 많다.

게다가 근로자 1인당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더 크다. 1인당 임금 총액이 더 많아 연장근로 야간 휴일 등 초과근로수당 금액도 커지기 때문이다. 임금총액에서 초과근로수당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 높다.

실제로 국가 공공기관 경영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월급은 541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약 44만원(8.2%)을 초과근로수당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통상임금 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면 초과근로수당은 월 8만1000원 정도 더 늘어난다. 반면 민간부문 상용근로자는 평균 월급이 302만원, 초과근로수당은 약 18만원(5.9%)이다. 여기에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하면 초과근로수당은 3만4000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에 따라 이미 500조원에 육박한 공공기관 부채 문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4조3000억원대의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해보면 5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정소람/양병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