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예쁜 집엔 흔들리네
[책마을]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예쁜 집엔 흔들리네
아파트에 살자니 층간소음으로 아래ㆍ위층 간 다투는 게 싫고, 단독주택에 살자니 툭하면 어딘가 문제가 생겨 고쳐야 할 일이 걱정이다. 아파트처럼 편리하고 단독주택처럼 손바닥만한 마당이라도 있어 고개 들면 하늘이 보이는 집은 없을까.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은 이런 고민에 답을 준다. 핵심은 도시의 낡고 오래된 주택을 철거하는 대신 총체적인 개조·개선 작업을 통해 신축건물 못지않은 새 건물로 재탄생시키는 것. 이른바 ‘리노하우스(reno-house) 프로젝트’다. 리노하우스란 혁신·개조(renovation)와 집(house)의 합성어로 ‘되살린 집’이다. 1970~1980년대 도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특징없이 지어진 이른바 ‘집장사 주택’들을 뼈대만 남기고 리모델링해 건물의 수명을 향상시키고, 편리함도 더하는 게 핵심 포인트다.

그 첫 사례인 리노하우스 1호는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종민 테라디자인 대표의 부산 남산동 집이다. 이 대표는 대지 138.6㎡, 건평 89.1㎡의 단층집을 ㎡당 380만원에 사서 집을 확 바꿨다. 집의 외관을 카페풍으로 바꾸고 칙칙했던 마당에는 인조잔디를 깔고 목조데크로 거실과 연결하자 분위기가 산뜻해졌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작은 방을 없애는 대신 거실을 넓히는 등 실내 구조는 아파트처럼 편리하게 개선했다. 공사비는 3.3㎡당 95만원. 공사 후엔 집값이 1.3배로 뛰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승헌 동명대 실내건축과 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18호까지 진행된 리노하우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집 짓기의 새로운 대안으로 ‘리노하우스’를 제안한다. 리노하우스의 공사비는 마당을 포함해 3.3㎡당 평균 125만원. 가장 많이 든 곳이 154만원이었다. 공사기간은 평균 44일. 아파트 전셋값 정도면 집을 사서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집의 뼈대만 남기고 다 바꾸는 리노하우스의 구체적인 방법과 체크리스트, 싸고 실용적이면서 예쁜 디자인 등을 알려준다. 집 구매에서 시공까지 전반적인 과정도 공정별로 꼼꼼하게 안내한다. 발품을 팔아 집을 고르는 요령을 알려주고 법적인 문제를 꼼꼼히 살핀다.

버려진 마당과 베란다에 숨을 불어넣고, 거실을 생활의 중심으로 만들고, 주부와 온가족이 즐겁게 모이는 주방을 만드는 등 집을 살리는 디자인 노하우도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자투리 공간 활용법, 어린아이를 위한 공간 만들기, 값싸게 연출하는 인테리어 요령도 소개했다. 단독주택의 취약점인 누수·단열 문제 해결, 설계비, 노후주택의 구조안정성, 공사비 산정 등 궁금증도 문답식으로 풀어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