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라고 명하는 자는 우리에게 영혼을 알라고 시키는 걸세. 그러니 신체에 속하는 것들을 아는 사람은 자신에게 속하는 것들을 아는 사람이지, 자신을 아는 사람은 아닐세.”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논증이다. 소크라테스는 서양사상 최초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어냈다. 이는 요즘 단어로 하면 ‘자존감’에 대한 질문이다.

‘동·서양 고전탐험가’ 김이수 씨가 본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자존감 부족이다. 자존감의 정의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 믿는 마음’. 이런 자존감의 결핍 탓에 쉽게 좌절하고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현실 인식이 그가 《고1 책상 위에 서양 고전》을 쓴 이유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부터 ‘생각하는 인간’을 발견해낸 데카르트, ‘자기 긍정의 철학자’로 불리는 니체까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물어온 서양 철학자들을 통해 홀로 서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니체 등 9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던진다. 더불어 세계를 구성하는 두 개의 제도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나온 서양 고전을 통해 현실을 보는 시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것’을 묻는 질문에 대한 청소년들의 답은 왕따나 폭력, 사교육이 아닌 ‘학교’였다. 책상 위에 고전이 놓여 있는 학교라면 청소년들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