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소유주는 대형 상장기업에 자금을 댄다. 이는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그런데《주식회사 이데올로기》의 저자는 이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주식을 통한 투자자금의 대부분은 기업이 아니라 증시의 다른 투자자에게 가는 것이며 주식투자 자금은 기업이 신주를 발행할 때만 기업에 간다는 것. 따라서 주주가 주식회사의 주인이므로 주식회사 활동은 마땅히 주주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경제민주화가 논의되기 한참 전인 2001년에 쓴 이 책에서 주주이익 최대화와 주주 중심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이익인데 왜 종업원에게 돌아가는 몫은 비용으로 처리하는지도 의심한다. 그러면서 재무제표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주주이익=매출-비용’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말고 직원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과 같은 자리에 놓자는 것. 그러면 ‘직원이익+자본이익=매출-재료비’가 된다는 이야기다. 직원 몫을 비용으로 보지 않으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지식의 원천인 직원을 잘라버리는 걸 비용절감으로 인정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개념들을 10여년 전에 제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동안 더욱 커진 빈부격차를 지적하며 “이제껏 경제를 조직해오던 방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소수에 의해, 소수를 위해’ 돌아가는 경제는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파이를 나누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폭넓은 계층의 소득을 진작하고 부자와 가난한 이의 격차를 줄이며, 비정규직·여성·이주민·소수자 등을 포함하는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 사회적 기업, 종업원 소유 기업, 협동조합을 장려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