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시장 선두업체 팅크웨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익이 급감하고 주가 또한 바닥을 기고 있어서다. 반면 경쟁업체 파인디지털은 큰 폭의 실적 개선 덕분에 증권사와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팅크웨어와 기존 사업에 집중한 파인디지털의 전략 차이가 이런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엇갈리는 실적과 주가 움직임

13일 코스닥시장에서 파인디지털은 전날보다 520원(6.29%) 오른 8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8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8거래일간 주가 상승률이 11.4%에 이른다. 기관투자가들이 파인디지털 주식 12만여주를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큰 폭으로 개선된 실적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모양새다. 파인디지털의 작년 실적은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었던 2010년에 근접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8% 증가한 880억원, 영업이익은 9배가량 급증한 101억원에 달했다. 순이익도 102억원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팅크웨어는 실적과 주가 면에서 초라하다. 2011년 1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1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매출도 7.4% 감소한 1793억원에 머물렀다. 이 영향으로 주가는 12일 52주 신저가까지 내려앉았다.

○공격경영과 내실경영의 결과

이들 회사는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시장을 공략하는 똑같은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극명히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정반대 경영전략을 펴온 결과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비게이션시장을 개척한 팅크웨어는 2011년부터 제품 판매가 정체되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 1월 위치기반 서비스(LBS) 업체 파워보이스를 30억원에 인수하는 등 지난 넉 달 동안 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모기업인 스마트카드 업체 유비벨록스는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 팅크웨어의 덩치를 계속 키우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업체 간 시너지 효과는 미약하다.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으나 성과가 크지 않았던 것도 실적이 악화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반면 파인디지털은 비용을 통제하고 기존 사업에 집중한 덕분에 매립형 내비게이션 및 블랙박스 시장 성장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파인디지털의 정규직 직원은 팅크웨어(585명)의 5분의 1 수준인 111명에 불과했다. 고정비 부담이 팅크웨어보다 훨씬 작았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