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2년차 신입이 팀장되는 마이다스의 '인본경영'
4000만원대 초봉에 학자금 지원은 기본. 능력만 있다면 2년차 사원이 팀장을 맡는다. 직급에 상관없이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고객들에게 접대받지 말고 먼저 대접하기 위해서다.

일류호텔 출신 주방장이 건강식으로 구내식당 식사를 준비한다. 매월 한 차례 반조리 형태의 음식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시크릿 셰프’ 이벤트를 연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들과 일류호텔급 요리를 먹게 하기 위해서다. 목베개까지 선물하며 낮잠을 권장하고, 회사 안에 무료 미용실과 피트니스센터가 있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독특한 기업문화로 유명한 미국의 구글이나 일본의 미라이공업 얘기가 아니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꿈을 꿀 이 회사는 건설공학 기술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마이다스아이티(이하 마이다스)다. 다소 생소하지만 업계에선 이미 세계 1위에 올라선 유명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상하이 엑스포 파빌리온, 인천국제공항, 타워팰리스,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이 마이다스의 손을 거쳤다.

《우리가 꿈꾸는 회사》는 마이다스의 경쟁력을 분석한 책이다. 성과 코칭 전문가인 저자는 15개월간 마이다스를 지켜보며 마이다스를 성공으로 이끈 비밀을 취재했다.

마이다스는 포스코건설이 만든 사내 벤처기업 1호다. 1989년 포스코건설(옛 제철엔지니어링)은 용광로를 자력으로 설계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플랜트 설계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형우 대표(52)를 데려왔고, 이 대표는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소속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다 2000년 9월1일 포스코에서 독립했다. 첫해 15억원의 매출을 기록, 11년 만에 글로벌 매출을 포함해 695억원에 달하는 성장을 이뤘다. 국내 건축시장의 99%, 토목시장의 90%가 마이다스 고객이다.

마이다스의 성장을 이끈 동력은 ‘인본경영’이다. 저자는 “마이다스아이티는 큰 사람에게 큰 역할과 큰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크게 성장할 기회를 주는 회사”라고 말한다. 열정이 있다면 2년차 신입사원도 팀장으로 만들어주고, 정년을 넘어서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게 단적인 예다. 사업예산에 한계를 두지 않고 일선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에는 아낌없이 지원한다. 현장에 최대한 결정권을 주고, 해당 업무에 있어서는 실무자를 경영자로 대우하며 사장과 다름없는 권한을 주기도 한다.

덕분에 마이다스 구성원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20일간 끝장 워크숍을 할 만큼 치열하게 일한다. 저자는 “마이다스는 조직과 제도에 복종하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업에 헌신하도록 이끈다”며 “이런 인본경영이 마이다스를 세계 1위로 만든 힘”이라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