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2년 11월 물리학 실험에 몰두하던 몽골피에 형제는 밀짚을 태워 얻은 뜨거운 증기를 종이봉투에 담았다. 그런데 그 봉투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들은 처음에 그 원인을 더운 증기라고 생각했지만, 실험을 거듭한 후에 궁극적으로는 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열이 봉투 안의 공기를 희박하게 만든 결과였다.

그들은 사람 1명이 탈 수 있을 만큼 큰 봉투를 만들어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듬해 6월 양·수탉·오리를 실은 광주리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11월엔 마침내 사람이 가열 공기를 이용한 기구를 타고 26분 동안 비행했다. 그때부터 하늘길이 열렸다. 하늘을 초음속으로 날고 우주까지 비행체를 보내는 오늘의 비행과학이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꿈을 이루려는 숱한 시도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150》은 기원전 300만년경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하면서 인간 생활의 패턴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 150가지 발명을 400여점의 사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 정통한 프랑스의 저명한 논픽션 작가로, 크든 작든 인간의 삶과 문명을 얼마나 혁명적으로 바꿨는지를 기준으로 발명을 선정했다.

선정된 발명의 목록만 봐도 흥미롭다. 기원전 300만년 전부터 기원전 1만년 전까지의 원시적 발견 단계에서는 연장, 불, 손잡이, 예술, 농업과 목축이 꼽혔다. 기원후 8세기까지 고대문명 단계의 발명으로는 도기, 직물, 광산과 금속, 쟁기, 문자, 바퀴, 수리사업, 포도주, 유리, 역법, 돛, 인쇄술 등 30가지가 선정됐다. 세계 4대 발명으로 잘 알려진 시계, 화약, 나침반, 종이뿐만 아니라 측지학, 간척지, 외과학, 지도제작법, 계산기, 온도계 등도 목록에 올랐다. 증기기계, 피뢰침, 잠수함, 낙하산, 세탁기, 자전거, 폭약, 레이더, 컬러 필름에 이어 유전공학, 우주왕복선, 인터넷, 이동전화, 디지털 텔레비전 방송도 위대한 발명이다.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가 대단한 발명이다. 연장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에티오피아의 리프트밸리에서 발견된 240만~290만년 전의 밀개를 만든 이들이다. 이들은 아직 완전한 인간은 아니었지만 연장의 출현은 인간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장에 뒤늦게 달리게 된 손잡이는 구석기 시대를 신석기 시대로 이끌었다. 나뭇조각 3개로 조립했을 뿐인 인류 최초의 바퀴는 이동과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에 기여하고 현대의 기계공학을 탄생시켰다. 경험과 마법에서 시작한 원시적인 약과 치료 행위는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으로 발전했고, 노화방지약 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떤 발명도 단 한 사람의 천재성에만 빚진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각각의 발명은 당대의 기술력과 시대의 요청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발명을 간절하게 필요로 한 시대와 사람들, 끈질기게 도전한 발명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프랭클린의 피뢰침 발명 과정에서 똑같은 실험으로 한 사람은 운 좋게 살아 남았지만 또 한 사람은 불운하게 죽고 만 이야기, 농부들을 지겨운 낫에서 벗어나게 해준 기계식 수확기를 둘러싼 특허권 싸움에 링컨이 개입하게 된 사연, 위험한 군사기술인 레이더용 자전관이 가정집 부엌에 들어가 안전한 ‘전자레인지’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 등 발명을 둘러싼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발명의 연대기를 읽다 보면 어떻게 해서 오늘날까지 기술이 발전해왔는지, 작은 발명이 수많은 발명으로 이어져 문명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과정을 알게 된다. 또 축제용 불꽃놀이를 위한 폭죽으로 쓰이기 시작했던 화약, 멘델의 법칙과 육종을 정치에 교묘하게 악용해 사람들을 탄압한 구소련, 원자폭탄으로 돌변한 핵에너지 등 발명의 악용이나 오용이 빚어낸 무서운 결과들을 통해 발명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