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방송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장수하는 가수와 금세 탈락하는 가수 간 차이는 무엇일까. 관객들의 반응을 활용할 줄 아느냐 여부다. 오래 살아남는 가수들은 관객들과 자신있게 눈을 맞추고,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에게 방청객이란 심사위원이기 앞서 응원단이다. 청중은 부담스런 존재가 아니라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그러나 방청객이 심사위원으로만 여겨지면 ‘기’(氣)에 눌려 금세 탈락하고 만다. 뛰어난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경연이 주는 초조함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청중의 반응을 잘 활용해 연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 좋은 스피치다.

《말을 디자인하면 경영이 달라진다》는 전 KBS 아나운서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사진)가 쓴 스피치 기술에 관한 책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통령과 최고경영자(CEO)들이 대중을 사로잡았던 명연설을 중심으로 스피치 기술을 총 34가지로 구분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불황과 위기 등 전하기 어려운 메시지부터 때와 장소에 맞는 스피치를 하는 법까지, 목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법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나아가 청중이 메시지를 가슴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도록 만드는 ‘스피치 경영’의 핵심에 접근한다. 한마디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 경영’은 이제 모든 CEO들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스피치를 하려면 무엇보다 ‘키 메시지’ 법칙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명연설은 키 메시지를 활용해 청중에게 단 한마디로 기억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란 표어로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키 메시지는 이처럼 단순하고 간결해야 한다. 또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과 관련 있는 말처럼 여기도록 해야 한다. 키 메시지는 수없이 반복해야만 효과를 본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스피치의 설득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처칠식 말하기 기법’을 권한다. 연설의 구성이 ‘PREP(Point, Reason, Example, Point)이란 과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포인트, 즉 결론을 말한 뒤 그 이유와 객관적 사례를 거론하고 결론을 재차 강조하라는 얘기다. 처칠은 이런 말하기 기법으로 명연설가로 남아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